제네시스·렉서스 서열구분 대세인데…삼성폰은 싸든 비싸든 ‘전부 갤럭시’
같은 명칭 제품라인 아이폰 2개, 갤럭시 29개…“보급형·프리미엄 브랜드 구분 고민할 때”
갤럭시S25 출시를 앞두고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리브랜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프리미엄 라인 차별화를 위해 S시리즈만큼은 갤럭시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프리미엄 라인에 기존의 갤럭시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보급형 라인 브랜드명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로 각기 다른 견해를 내세우곤 있지만 결국 저가 라인과 프리미엄 라인의 브랜드명이 달리해야 한다는 부분에선 양쪽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제품마다 ‘갤럭시’ 남발…“알파벳 하나 만으론 프리미엄·보급형 차별화 어려워”
31일 해외 테크 커뮤니티 와시프텍(Wccgtech)과 레딧(Reddit) 등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S’의 브랜드명에 대한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한 게시물의 작성자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다른 보급형 라인들과 차별화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에 유저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최근 스마트폰 기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가장 최신 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라인 제품의 이름이 보급형 라인들과 똑같으니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보급형 라인이 시장에 더 많이 풀려있는 만큼 ‘S’라는 알파벳 하나로 프리미엄 차별성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란 지적이다. 실제로 카운터리서치가 발표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르면 △갤럭시A14 5G △A04e △A14 4G 등 보급형 라인이 S보다 순위가 높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의 경우 S, Z, A, F, M, C, 엑스커버 등 다양한 라인이 존재한다. 여기에 단종 된 E, 미니, 그랜드 등을 합치면 갤럭시 제품 라인은 총 29개에 달한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일반과 프로 두 개 라인만 가지고 있다. 이에 아이폰의 프리미엄 라인인 ‘PRO’의 경우 단어 자체가 ‘상위 버전’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알파벳만을 사용해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A’는 서구권에서 최고 등급으로 쓰이는데 왜 보급형으로 쓰이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갤럭시 시리즈 리브랜딩을 강하게 주장한 시몬 그레이(Simon Gray) 씨는 “모든 삼성전자 제품이 갤럭시로 도배돼 있고 구분도 알파벳 하나로 해놓으니 프리미엄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초창기에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갤럭시 시리즈가 점점 많아지는 시점에서 리브랜딩을 한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소비자들은 대체로 갤럭시 리브랜딩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인 ‘S’ 시리즈의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측과 보급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미 보급형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있고 현실적으로도 수많은 라인을 바꾸기보다 프리미엄 라인 하나만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리쉬 햄웨이(Rish Hemway) 씨는 “이미 갤럭시란 브랜드 이미지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박혀있으며 수많은 보급형을 출시했던 역사가 있어 고급화는 힘들다”며 “새로운 브랜드로 독립해 나가야는 것이 가장 프리미엄 모델을 빛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급형 라인 이름을 바꿔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측에서는 이미 갤럭시가 가진 브랜드 파워를 무시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유산을 프리미엄 라인이 계승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알렉스 로이바스(Alex Roivas) 씨는 “갤럭시란 이름 자체는 아름답고 고급스럽다”며 “또 그동안 삼성이 갤럭시 브랜딩을 위해 투자한 비용이 천문학적인 만큼 프리미엄 라인을 띄우기 위해서는 S시리즈 단독으로 갤럭시란 이름을 쓰고 나머지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보급형 제품의 차별화는 이름…“토요타-렉서스, 현대차-제네시스 성공사례 충분”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의 이름 차별화하는 시도 자체는 상당히 합리적인 주장으로 평가된다. 이미 성공 사례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꼽힌다. 토요타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 ‘렉서스’라는 별도의 브랜드명을 부여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했다. 렉서스와 제네시스 모두 차별화에 성공하며 현재는 고급 라인으로 매출효좌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계 등 사치품 업계에서도 고급화를 위해 리브랜딩 하는 경우가 흔하다. 저렴한 쿼츠 시계의 대명사인 일본 세이코와 시티즌의 경우 저가 전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시계 시장의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 때 두 기업이 선택한 전략은 프리미엄 라인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세이코는 ‘그랜드 세이코’를, 시티즌은 ‘더 시티즌’를 각각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계 시장을 공략했다. 그랜드 세이코의 경우 프리미엄 시계 시장 공략에 성공해내며 아예 별도의 계열사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갤럭시 리브랜딩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긴 하지만 현 시점에선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의 위치가 애매해진 만큼 브랜드 포지셔닝 구축 차원에서 시도해 볼만한 하다는 설명이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리브랜딩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한번 있었는데 바로 S20 시리즈를 출시할 때 였다”며 “당시 10에서 급격하게 20으로 점프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혼란이 있었는데 변화를 줄 것이었으면 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때 리브랜딩이 잘 됐다면 지금 프리미엄 폰으로 자리를 잡고 고급화 숙제라는 짐을 덜었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 만큼 리브랜딩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며 “그러나 리브랜딩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갤럭시 시리즈도 그 중 하나라 생각한다. 기존 알파벳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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