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 5시23분에 5만2300원’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힙합 공연 취소
래퍼 이기 콘서트, 팔로알토·노엘·더콰이엇 등 명단에
이기 “유명세 위해 고인 조롱·비하, 진심으로 사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오는 23일 예정됐던 래퍼 ‘리치 이기’(Rich iggy)의 힙합 공연이 취소됐다. 2024년 데뷔한 리치 이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조롱하거나 아동 대상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가사를 쓰는 등의 행보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노무현재단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오는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7주기 당일 개최 예정이었던 혐오 공연이 재단의 대응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재단은 “해당 공연이 서거일을 연상시키는 티켓 가격(5만2300원)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등 명백한 모욕적 기획임을 확인하고, 지난 5월18일 주최사에 공연의 즉각 취소와 서면 해명,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재단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제보받은 공연장 연남스페이스는 공연 기획사 측에 ‘공연 진행 불가’를 통보하며 공연은 취소됐다.
이번 공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7주기인 23일, 저녁 5시 23분에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공연 티켓 가격도 5만2300원으로 공연 정보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연상시켜 논란이 됐다. 이 콘서트에는 리치 이기 외에도 팔로알토, 노엘, 더콰이엇 등 다수의 래퍼가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재단이 공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공연장과 공연 기획사는 각각 입장문을 게시하고 공연 취소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유가족과 재단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래퍼 이기도 이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저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대중들과 관련 유가족분들이 보시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언행을 단지 유명세를 위해 일삼아 왔다”며 “저로 인해 많은 어린 친구들과 대중이 영향을 받았음에 저 또한 저의 행실과 부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절대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또는 이를 희화화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 재단 측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팔로알토 역시 SNS를 통해 “저는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리치 이기)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며 “저의 부족한 인식과 무지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노무현 재단은 “출연자인 ‘리치 이기’는 그간 다수의 음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실명을 사용하거나 서거 방식을 직접 연상케 하는 표현을 사용해 왔고, 여성 혐오·성적 대상화, 아동 대상 성범죄 묘사, 지역 혐오 등 사회적으로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반인륜적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의 아픔을 모욕하려는 모든 시도에 앞으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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