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동안 조사는 ‘세 번’···9명 유죄 받을 때 김건희 모녀는 ‘무혐의’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접수한 이후 김건희 여사 모녀에게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6개월’이다. 이 기간에 검찰은 9명의 주가조작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사이 김 여사는 서면으로 두 번, 대면으로 한 번, 총 세 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론은 ‘무혐의’였다.
검찰이 17일 최종 처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20년 4월7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수사가 속도를 냈다. 이듬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그해 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을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김 여사 앞에선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수사 초기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뒤론 2021년 12월 김 여사로부터 열 다섯 쪽의 서면 답변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검찰이 주가조작 공범 민모씨를 추가로 붙잡아 재판에 넘기고, 지난해 2월 1심 법원이 권 전 회장 등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김 여사 수사는 진전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7월에서야 김 여사에게 2차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김 여사 측은 “연말까지 검토가 필요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며 답을 미뤘다. 김 여사는 1년이 지난 지난 7월5일에야 답변서를 제출했다.
편파 수사란 비판이 높아지자 검찰 내에서 김 여사를 대면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당시 지휘부도 지난해 말부터 이런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윗선’에서 돌아온 답은 지난 5월 송 전 지검장을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면 교체였다.
검찰 수사팀은 마침내 지난 7월20일 김 여사와 얼굴을 마주했다. 고발이 접수된 지 4년3개월여 만의 대면조사였다.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 ‘불려가’ 조사해 ‘특혜조사’란 비판을 받았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조사 시작 10시간 만에 이원석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총장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엄정한 수사’를 강조한 이 총장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성사 직전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마무리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처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기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동료검사들로 이뤄진 ‘레드팀’ 검토로 갈음했다. 레드팀 멤버들은 모두 수사팀 결론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수사 결과는 지난달 12일 권 전 회장 등이 주가조작 항소심에서까지 유죄를 받은지 한 달 뒤 나왔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전주’ 손모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추가하는 등 공소장을 변경하면서까지 유죄를 받아냈지만, 같은 전주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면죄부를 줬다. 주가조작에 자신의 계좌를 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에 대해서도 지난달 7일 비공개 소환조사를 한 뒤 무혐의로 처리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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