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니어와 정용진, 이마트 미국사업 볕들까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용진 회장 SNS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이마트의 미국 사업에도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8년 전 1기 출범 때와 달리 회사의 현지 유통사업 비중이 커진 데다 올해 들어서는 투자전문법인까지 세운 터라 정 회장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19일 유통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7~19일(현지시간) 2박3일 일정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올해만 네 번째 만남으로, 이들은 과거 한 행사장에서 마주친 뒤 인연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아버지의 재집권을 도와 '킹메이커'로 부상한 인물이자 정권인수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참모로 통한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친분은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공백에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한미관계 수립의 가교가 될 것이라는 국가 차원의 기대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미국에서 여러 사업을 벌이는 이마트의 향후 성장세 또한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돼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당시 이마트의 미국 사업이 현지 한인 위주로 수입상품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2기 출범을 앞둔 현재 이마트는 ‘PKRH(PK리테일홀딩스)’라는 소매유통지주사를 세운 뒤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며 5개 유통 브랜드를 둔 플레이어로 몸집을 불렸다. 올해 10월 기준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중심으로 이마트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점포는 55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현지법인이 소유힌 오리건 공장에서 연간 200만팩의 가정간편식(HMR) 등 냉동·냉장 가공식품도 생산하고 있다. 육개장, 소불고기, 불닭치킨 등을 만들어 현지 메인스트림 마켓인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한다.

2022년 컬트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와이너리 얼티미터빈야드까지 추가로 사들이며 현지에서 식료품과 와인을 아우르는 생산·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미국우선주의 기조를 감안했을 때 이마트로서는 긍정적인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 미국사업장의 실적은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조831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290억원으로 늘었고, 올 3분기에도 전년동기보다 2695억원 늘어난 1조630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6.9% →7.5%로 증가 추세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5억원에서 지난해 352억원으로 뛰었으며 올 3분기 기준 34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총영업이익에 근접했다.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포착된 것은 올해 2월 PKRH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전문법인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캘리포니아주 LA 베벌리힐스에 사무실을 둔 이 회사는 올 8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버틀러가 진행한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하며 첫 투자를 단행했다. 버틀러가 오프라인 공간 구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만큼 유통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결정이었다.

특히 벤처투자는 트럼프 주니어와 정 회장의 공통분모 중 하나로 꼽혀 향후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주니어 역시 지난달 기업가정신·혁신·성장(EIG)를 모토로 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 '1789캐피털’에 합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 설립에 앞서 1월 정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뒤 '트럼프 주니어와 이런저런 얘기 하고 왔음'이라고 소셜미디러(SNS)에서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의 인연도 이마트 주가를 일으킬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둘의 만남이 알려진 이달 18일 이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6%(2300원) 상승한 6만5200원에 마감하기도 했지만, 19일 1.84%(1200원) 하락하며 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