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신무기 ‘방사성 의약품’…올해 첫 블록버스터 탄생 기대
진단 넘어 치료제로 확대, 국내 개발도 활발
방사성 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이 암 정복의 새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RPT는 암세포에만 들러붙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레시디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방사성 의약품 시장은 2022년 52억달러(한화 6조8874억원) 규모에서 10년간 연평균 10.2% 성장해 137억달러(18조1456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중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출시한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올해 연 매출 10억달러(한화 1조3245억원)를 돌파해 첫 RRT 블록버스터 타이틀을 얻게 될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플루빅토는 2022년 출시 첫해 2억달러(2649억원)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9억8000만달러(1조2980억원)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억달러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플루빅토는 지난 8월 서울아산병원에서 한국 첫 환자에게 투여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괸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오는 2030년 플루빅토 세계 매출이 41억달러(5조4304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루빅토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이유는 치료법 자체의 차별성에 있다.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이 전립선암에 많이 발현되는 항원과 결합해 전립선암 세포에만 치료용 방사선을 전달하는 원리다. 그 전까지는 호르몬 치료제 같은 항암화학요법을 썼다. 남성 호르몬이 생성되는 모든 경로를 차단해 암 진행을 더디게 하는 원리다. 반면 플루빅토는 암세포만 골라 방사선으로 파괴한다.
플루빅토는 단독 투여 임상시험에서 전립선암 환자 전체 생존기간을 기존 화학 치료제보다 5개월 늘려 차세대 혁신 치료법으로 평가됐다. 암세포가 30% 이상 줄어든 것을 의미하는 부분 관해율은 41.8%, 암이 진행되지 않는 완전 관해율은 9%로 나타났다. 이전에 나온 기존 치료제의 완전 관해율은 0%였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플루빅토의 실적 추이가 항체약물접합체(ADC) 블록버스터 항암제 엔허투의 시장 확장 속도 보다 더 빠르다”며 “2030년에는 루타테라와 플루빅토가 노바티스 전체 매출액의 약 8.9% 비중을 차지하는 의미있는 제품군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3개이다. 이 중 2018년 승인을 획득한 루타테라, 2022년를 허가를 받은 플루빅토 등 2개가 노바티스 제품이다. 노바티스는 2018년 미국 바이오벤처 엔도사이트를 인수합병하면서 플루빅토를 확보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방사성 의약품은 지난 2013년 허가를 받은 독일 바이엘의 조피고인데, 치료 시장 한계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조피고는 뼈조직으로 전이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한 반면, 플루빅토는 모든 체내 조직으로 전이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도 RRT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 의약품을 신사업 동력으로 선정해 3년 내에 임상시험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미국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Ac-225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도 계열사인 앱티스를 통해 방사성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퓨쳐켐은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임상 2상 시험하고 있다. 퓨쳐켐 관계자는 “지난 8월 전립선암 치료 후보 물질 FC705의 국내 임상 2상 시험에서 마지막 환자 투여를 마쳤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부작용 없이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듀켐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암세포로 간 방사성 동위원소가 양전자를 방출하면, PET(양전자방출촬영장치)-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로 양전자를 감지해 진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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