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법률 비서 ‘하비’, 5조원 거물로…3억달러 추가 투자 유치

세종과 손잡고 한국에도 진출…토종 리걸테크 업계 긴장 속 기회 모색

[이포커스] 전 세계 법률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 ‘하비(Harvey)’가 3억 달러(약 4,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5조 원의 반열에 올랐다. 설립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사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며 이뤄낸 쾌거다.

특히 AI가 법률 서비스를 넘어 전문직 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VC)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코튜(Coatue)가 주도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투자 부문인 GV와 오픈AI 스타트업 펀드 등 쟁쟁한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이는 하비가 가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자들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비는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 세계 유수의 로펌과 기업 법무팀이 하비의 플랫폼을 통해 계약서 분석, 법률 리서치, 소송 관련 문서 작업 등의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고객의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보안 전문가로 구성한 점이 신뢰를 더하는 부분이다.

변호사 출신인 윈스턴 와인버그(Winston Weinberg) CEO는 “우리는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나란히 협력하며 신뢰를 쌓는 기업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하며, 법률 전문가와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하비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한편 법률 분야를 넘어 세무, 회계 등 인접 전문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출처/하비]

국내 법률 시장 ‘메기’ 되나…긴장과 기대 교차

하비의 파급력은 이미 국내에도 미치고 있다. 최근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이 하비의 AI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며 한국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해외 대형 리걸테크 기업의 AI를 국내 대형 로펌이 도입한 첫 사례로, 국내 법률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각종 규제와 제한적인 판례 데이터 접근성 등으로 인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인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하비와 같은 글로벌 공룡의 등장은 국내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하비의 진출이 국내 법률 시장의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메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국내 로펌들도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등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앞으로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포커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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