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는 소니도 만들지…‘베놈’ 앞세워 ‘안티히어로 왕국’ 세우나
마블 코믹스의 인기 안티히어로 캐릭터 ‘베놈’ 시리즈의 최종편 <베놈: 라스트 댄스>가 지난 23일 개봉해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유명 슈퍼히어로 만화 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실사영상화 판권을 월트디즈니컴퍼니와 나눠 가진 소니픽쳐스가 ‘베놈’을 앞세워 안티히어로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흉포하면서도 왠지 귀여운 베놈의 매력으로 승부한다. 주인공 ‘에디 브록’(톰 하디)과 에디에게 기생한 우주생물 ‘베놈’은 어둠의 왕 ‘널’(앤디 서키스)이 지구로 보낸 괴물 제노페이지에게 추격당한다. 원래 베놈 시리즈는 서사가 산만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은 전작들보다도 심각하다. 다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액션 장면은 즐거운 볼거리다. <베놈 2>의 감독이었던 앤디 서키스가 ‘널’로 출연하는 등 이스터에그(숨겨진 요소)를 찾는 재미도 있다.
마블 코믹스를 실사화한 영화 세계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소니픽쳐스의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로 구분된다. 디즈니는 2009년 마블 코믹스의 모회사인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아이언맨 2>(2010) <어벤져스>(201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등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MCU’라는 거대한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과 베놈을 비롯한 일부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은 소니가 가졌다.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으로 시작한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디즈니가 소니로부터 캐릭터를 빌려와 공동 제작한 것이다.
소니는 스파이더맨의 숙적 베놈이 주인공인 <베놈>(2018)을 시작으로 뒤늦게 SSU라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SSU도 MCU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건설할 잠재력이 있다. 소니가 실사영상화 판권을 가진 마블 캐릭터가 900개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베놈>과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2021)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지만, <모비우스>(2022)와 <마담 웹>(2024)은 처참하게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번 <베놈: 라스트 댄스>와 연말 개봉을 앞둔 <크레이븐 더 헌터>는 소니의 SSU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더맨이 있긴 하나 SSU는 빌런(악당)을 주로 실사화하며 ‘안티히어로 왕국’을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게다가 ‘베놈’에 비해 ‘모비우스’ ‘크레이븐’ ‘마담 웹’은 무게감이 낮은 조연 캐릭터였다. 계속 조연 캐릭터를 내세우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인 작품은 아직까지 제작 계획이 없다.
관객은 <베놈: 라스트 댄스>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겠다. 쿠키 영상이 2개나 나오기 때문이다. 쿠키에선 SSU와 MCU의 대합작을 기대할 만한 단서도 보인다. 일각에선 ‘널’이 지구를 침략해 ‘어벤져스’ ‘엑스맨’이 맞서는 내용의 마블 코믹스 <킹 인 블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즐거운 전망도 있다. 디즈니의 MCU와 소니의 SSU는 스파이더맨 등의 계약을 통해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부분적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베놈 2>(SSU)의 쿠키 영상,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MCU)의 쿠키 영상, <베놈: 라스트 댄스>(SSU)의 첫 장면은 차례대로 연결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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