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에 비해 지체된 하이브의 내실 성장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10. 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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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대기업'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8조 원이 넘어간다. 엔터 업계에서는 독보적 1위이며 한때는 시총 17조 원을 넘기며 시총 순위 2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엄청난 체급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탄탄하게 다져야 할 내실은 체급이 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태호 하이브 CCO(최고 운영 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위버스컴퍼니의 최준원 대표이사, 어도어 김주영 대표에 이어 세 번째다. 

문체위 위원들은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의 저작권·표절 이슈와 음반 밀어내기 의혹 등 하이브의 산업 전반에 대한 질의를 했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음반 밀어내기 역시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준비를 마친 듯 김 CCO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 CCO가 부인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의 존재였다. 하이브 임원들이 열람했다는 내부 보고서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문체위 국정감사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큰 관심 대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는 이마저도 엎어 삼킬 만큼 충격적이었다.

/사진=하이브

가장 먼저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해당 내부 보고서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루루 데뷔시켜놨다", "성형이 너무 심했다", "외모나 섹스어필에 관련돼 드러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SM의 미감 자체가 달라진 건가 싶다" 등 강도 높은 수준의 비방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형배 의원 역시 "정보들이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비방, 외모 평가들이 가득 담겨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내부 보고서', '음악 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에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 단순한 악플 모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내용은 특별히 보고되어야만 할 부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음악 산업에 어떤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하이브는 "온라인상의 글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모은 것을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이브의 평가 내용 역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평가한 것 읽어드리냐'는 민형배 의원의 말에 얼어붙은 김 CCO의 모습을 통해 하이브의 내부 평가가 적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민형배 의원이 24일 국정감사에서 가장 잘했던 행동은 이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의 내부 평가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외부의 의견을 모은 것이 저 정도라면 내부 평가의 수위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이후의 대처도 충격적일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해당 내부 보고서의 존재와 내용이 드러나자 하이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라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아직 국정 감사가 진행 중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문을 올린 것도 모자라 유출 세력을 색출하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나올 줄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앞선 슈가의 음주 운전 당시 보여줬던 모습과 겹쳐지며 하이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근본적인 프로세스에도 의문이 생겼다.

마치 국회와 국정감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하이브는 꼬리를 내렸다. 김 CCO는 "국정감사 진행 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라고 사과하며 입장문을 내렸다. 유출자에 대해서도 색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0시가 넘어서까지 질의를 해야 했던 김 CCO는 그제서야 국회에서 퇴장할 수 있었다. 다만, 하이브 내부 보고서가 남긴 여파는 여전히 큰 충격을 남기고 있다.

/사진=하이브

K팝의 성장과 맞물려 가장 체급을 끌어올린 회사를 꼽으라면 빅히트를 빼놓을 수 없다. K팝의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하이브 소속으로 활동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 결과 빅히트는 엔터 산업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쉽게 상상할 수 어려웠던 일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커진 체급만큼 내실이 다져졌는지는 계속해서 의문이 남는다. 체급만 부풀려서는 오래 갈 수 없다. 지금의 체급에 걸맞지 않은 내실을 갖추지 못한다면 흔들리는 바람에도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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