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없으면 경기장 못 들어가게 해라"... 헤난의 대한항공은 지금부터[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6. 4. 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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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V-리그 남자부의 강호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게 왕좌를 뺏긴 지 한 시즌 만에 다시 통합우승을 거뒀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이룬 값진 우승.

브라질 배구의 레전드인 헤난 달 조토(65) 감독은 대한항공의 왕조 재건 시작을 알리며 한국 무대에 연착륙했다. 어떤 경우에도 최선을 다해 맞서는 그의 태도는 대한항공의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대한항공 부임 첫 시즌부터 통합우승을 이끈 헤난 달 조토 감독. ⓒKOVO

▶'원팀' 대한항공 만든 헤난의 지도력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서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1(25-18, 25-21, 19-25, 25-23)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대한항공은 통산 6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또한 통산 5번째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이루며 왕조의 재건을 알렸다.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 홈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그런데 2차전 승리 이후 기류가 변했다. 5세트 14-13에서 현대캐피탈 레오의 강서브가 최초 아웃으로 판정됐다. 그러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앞서 비슷한 장면에서는 인을 선언했기에 현대캐피탈은 인 판정을 확신했지만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을 유지했다. 결국 이 득점으로 승기를 놓친 현대캐피탈은 듀스 끝에 경기를 내줬다.

2차전 후 현대캐피탈은 이 판정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 판정에 대해 정심 판정을 내렸다. 공이 바닥 면에 최대한 접지했을 때 공의 바깥쪽 둥근 면이 흰 선의 안쪽 부분을 다 가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이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잡으며 분노와 함께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판정을 존중하고 5차전 홈경기서 침착함을 되찾은 대한항공이 결국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엄청난 압박과 치열한 심리전이 경기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오랜 기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해 온 경험과 그에 따른 성숙함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전략 중 하나가 '실질적으로 집중해야 할 대상에 신경 쓰자'였고, 그것이 저희한테는 배구였습니다. 2차전 이후 첫 순간부터 외부 요인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다음 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집중하자고 했고, 저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우승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전략이었고 가치가 있었습니다."

ⓒKOVO

헤난 감독은 통합우승 직후 '모든 선수가 MVP'라고 공을 돌렸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 사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용한 본인만의 소통 방식이 있었다.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은 것은 저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에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5차전 24-23 상황에서 아무도 누구에게 공이 토스될지 몰랐을 듯해요. 모두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모두가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이에요. 특히 이런 철학을 시즌 동안 팀에 입히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의 개성들을 존중하며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 중요한 상황에서 한 선수에 의해 같은 패턴, 같은 공격으로 결정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다양한 공격 옵션들이 중요했습니다."

현대 배구는 그야말로 '데이터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데이터 분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는 경기 도중 결단을 내려야 하는 감독의 직관은 여전히 승부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헤난 감독이 생각하는 '직관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굉장히 좋은 질문인데요. 오늘날 모든 것이 세밀하게 분석되고 준비됩니다. 훈련을 통해 선수들한테 얻는 모든 기록을 모으고 쌓고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면서 많은 정보들을 얻고 도움을 받죠. 첫 번째로 선수의 기술 분석 및 발전, 두 번째로 교정을 위한 현재 퍼포먼스의 장단점, 세 번째로 체력과 피로도, 점프 횟수, 점프 높이 등이 있어요. 하지만 데이터에만 100% 의존해서는 안 되고, 직관을 통해서 얻는 정보들을 통해 선수들한테 더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직관하는 방법 또한 방식이 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고, 데이터와 직관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균형을 맞춰야 하기에 때에 따라 활용 방법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KOVO

▶"긴장감 없어진다면... 감독이어도 경기장 못 들어가게 해라"

올 시즌 대한항공의 왕좌 탈환에서 고무적인 부분 중 하나는 젊은 피와 베테랑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점이다. 헤난 감독은 시즌을 돌아보며, 아들 같은 선수들에게 칭찬을 전했다.

"한국에 오면서 대한항공의 젊은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는데, 실력과 정신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활력 있는 젊은 선수들과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조화시켜 일하는 것을 선호해왔습니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 젊은 선수들한테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었는데, 주전 리베로로 거듭난 강승일, 주전 아포짓으로 증명해낸 임동혁, 중요한 순간마다 교체로 들어가서 서브와 블로킹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김관우를 포함해 모두가 잘해줬어요. 대한항공의 젊은 선수들이 빠른 기간 내에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한테 안정과 경험을 전수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가 한선수라고 생각하고요. 결국 시즌 MVP로 증명을 해냈습니다."

이제 대한항공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 타이틀을 지키는 자리에 섰다. 다음 시즌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헤난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초심을 지키는 것'이었다.

"우승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팀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올해 통합우승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또 우승에 도전을 한다면 경쟁이 더 심하고 힘들 겁니다.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임루카스 통역과 했던 대화가 생각나는데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저에게 긴장되지 않는지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저는 '만약 그 긴장감이 없어진다면 나는 그날 경기장에 못 들어가게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늘 긴장감을 갖고 있고, 그로부터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최고 수준에 머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늘 다시 도전할 것입니다."

ⓒKOVO

헤난 감독은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첫 시즌부터 우승을 이뤄냈다. 한국 팬들과 한국 문화로부터 좋은 인상이 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때 큰 기대를 안고 가는데요. 한가지 고백할 게 있다면, 한국을 정말 사랑하게 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내, 두 아들, 며느리, 형제 그리고 친구들까지도 모두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요. 한국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발전 수준, 환대하는 마음, 사람들의 친절함, 예의범절, K-푸드의 팬이 됐습니다. 한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완벽히 적응을 하게 된 것이 너무나 놀랍고 기쁩니다."

선수로도 지도자로도 성공을 이룬 헤난 감독은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장을 어떤 모습으로 남기고 싶을까.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그의 태도는 대한항공의 다음 시즌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팀의 구성원 모두를 위해 노력했고, 제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결과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KOVO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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