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구→이틀 쉰' 김광현과 '어깨 부상' 추신수라니... SSG 지나친 신뢰, 시즌을 끝냈다
SSG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5위 타이브레이커 게임(5위 결정전)에서 KT 위즈에 3-4 역전패를 당해 2024시즌을 끝맺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9월 시작만 해도 8위까지 추락했던 SSG는 외국인 원투펀치와 살아난 김광현의 역투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선발진과 불펜 투수들이 버티는 사이 타격 사이클도 돌아와 9월 중순부터 거침없이 몰아쳤고 막판 4연승으로 끝내 KBO 리그 최초 5위 결정전까지 만들어냈다.
그 기세에 고무된 SSG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열흘 전부터 포스트시즌처럼 치르고 있다"면서 "감독으로 첫 시즌을 치르면서 느낀 건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 과정은 기적에 가깝다. 모든 구성원이 힘을 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후회를 덜 할 수 있게끔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리아스를 끝까지 믿고 갈 생각이다. 김광현과 (드류) 앤더슨은 투입할 상황이 아니다. 노경은 카드를 언제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2이닝도 쓸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는 SSG의 뜻대로 8회 초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6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고, 구원 등판한 노경은이 7회를 공 14개로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도 정준재의 3회 동점 적시타에 이어 최정이 5회 역전 적시타와 8회 솔로포로 3-1 리드를 만들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 사이 노경은이 구원 등판한 사이 3루 쪽 관중석이 웅성댔다. 또 다른 에이스 김광현이 몸을 풀기 시작한 것. 7회부터 남은 이닝을 3이닝. 노경은의 2이닝 소화를 예고하긴 했으나, 8회부터 김민혁,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등 쟁쟁한 좌타자들이 나올 예정이었다.
SSG는 결국 노경은이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김광현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경기 후 만난 SS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광현의 자원 등판이었다. 김광현은 9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SSG를 승리로 이끌었다. 고작 이틀 쉰 상황에 구속도 제대로 나왔지만, 팀을 위해 등판을 자처했다.
이숭용 감독은 일단 거절했다. 김광현을 투입할 상황이 아니라 판단했고 실제로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가벼운 피칭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한 김광현은 또 한 번 등판을 자청했다. 이숭용 감독은 이때부터 다시 고민에 빠졌다.
고민 자체는 당위성이 있었다. 유일하다시피 한 좌완 필승조 한두솔이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4.50으로 좋지 않았고, 노경은과 조병현 사이를 이어줄 마땅한 계투진이 없었다. 최종적으로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과 코치진과 다시 한번 상의를 한 뒤 김광현을 상황에 따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SSG는 97구 역투 후 이틀 만에 등판한 김광현의 컨디션이 100%가 아닐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했다. 뒤가 없이 전력으로 던진 김광현의 초구 직구 시속은 143㎞였다.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좌중월 스리런을 맞으면서 3-4 역전을 허용했다.
SSG가 또 하나 간과한 점은 KT가 김광현의 깜짝 등판을 예상했다는 점이다. SSG에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다는 약점은 이미 알고 있었고 KT 선수들은 김광현의 깜짝 등판도 시나리오에 넣었다. 그리고 7회 김광현이 불펜에서 몸을 풀자, KT 선수단은 계획대로 김광현의 혹시 모를 등판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 후 만난 로하스 주니어는 "김광현 선수가 등판할 거라 생각해 어떻게 대처할지 침착하게 임했다. 투수와 승부에만 집중했고 최대한 강하게 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김광현 선수가 시즌 중 내게 볼 배합을 잘 가져가서 특정 구종이 아닌 특정 로케이션을 노렸다. 그런데 내가 노린 로케이션보다 공이 조금 높게 들어왔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잘 맞은 타구가 나온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선택은 또 한 번 반복됐다. SSG가 3-4로 뒤진 9회 초 1사 1루 마지막 찬스에서 나온 대타 추신수 카드였다. 올 시즌 추신수는 수술을 권유받을 정도로 심각한 어깨 상태에 78경기 302타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9월 10일 이후 실전에 투입되지 못했고 9월 30일 홈 최종전에서 은퇴 전 마지막 한 타석에 들어서기 위해서도 부단히 몸을 끌어올려야 할 정도였다.
그랬던 추신수가 경기 전 연습 배팅에서 괜찮은 컨디션을 보이자, 이숭용 감독은 또 한 번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좌타자 대타가 없던 SSG에 추신수의 풍부한 경험과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일발 장타력은 분명히 매력적인 카드였다. 그래서 이숭용 감독은 신인 투수 최현석을 제외하고 추신수를 출전 선수에 포함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투입된 상황과 시점이 좋지 않았다. 어깨 통증에도 나선 추신수가 마주한 건 최고 150㎞의 빠른 공과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는 KT의 수호신 박영현이었다. 추신수는 박영현의 빠른 공을 쳐 내는 데 힘에 부쳤고 결국 처음 들어온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2안타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최지훈도 지면 끝인 1점 차 뒤진 단판 승부 9회 초 2아웃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4구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됐고 그렇게 SSG의 2024시즌도 끝났다.
김광현과 추신수까지 투입하기로 한 이숭용 감독과 SSG의 고민은 현실적이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상징적인 선수들이었던 만큼 결과가 좋았다면 추진력을 받아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추진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는 쓰라린 결과로 돌아왔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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