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은 국가 위기… ‘전국의 명당화’ 이루려면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23. 3.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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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행안부 지방소멸대책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심태기 명당으로 알려진 전북 순창의 가래울 마을에 지어지고 있는 납골당. / 김두규 교수 제공

국교에 따라 풍수 내용도 달라진다. 고려가 불교 풍수였다면, 조선은 유교 풍수였다. 고려 풍수는 전국의 명당화(明堂化)를 꾀했다면, 조선은 묘지 풍수였다.

고려의 국역(國域) 풍수는 산천비보도감(山川裨補都監)에서 잘 드러난다. 국토에 따라 사찰을 지어야 할 곳, 나무를 심어야 할 곳, 연못을 파야 할 곳을 정하여 최소 3000여 곳에 비보풍수를 시행하였다. 일종의 공공 토목공사였다. 국토 개발을 통한 ‘균형발전과 권력(무신정권) 안정’이 목적이었다.

21세기 풍수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려 풍수에서 그 답을 찾는다. 인구의 50%, 국부(國富)의 70%가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있다. 지방 소멸은 국가 위기이다. 고려의 ‘산천비보도감’이 꿈꾸었던 ‘전국의 명당화’가 필요하다.

이번 정부 초대 행안부 수장으로 임명된 이상민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지방 소멸’을 화두로 삼았다. “국가 최대 위기를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로 보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매년 1조원을 지자체에 배분하기로 하고 202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고려가 행했던 ‘산천비보도감’의 21세기 버전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중앙정부의 선한 의지가 지자체에 내려가면서 악한 결과로 변질된다. 두 가지 문제점이다. 첫째, 지자체의 문제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수령’하려면 제안서를 잘 써야 한다. 농어촌 거주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안서 잘 써서 ‘수령’한 돈은 특정 그룹이나 특정 장소에 돌아간다. 농촌 마을과 주민에게는 기별이 없다. ‘제안서’ 잘 쓰는 홍보대행사들이 요즘 전부 지방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지방에 돈이 철철 넘쳐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50m 도로 건설에 3년간 지지고 볶고…. 미래 농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과 자리 보전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제안서 작성이 중요할 뿐입니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두고 섬진강으로 귀촌하여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 중인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비판이다. 서로 사는 곳이 멀지 않아 필자와 자주 교류한다. 필자의 주소지인 전북 순창 지자체도 다를 바 없다.

둘째, 농촌 마을 자체의 붕괴이다. “이인위미(里仁爲美)”라 하였다. 마을[里]에서는 공동체 정신[仁]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美](‘논어’). 순창 마을도 그러하다. 일부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이웃의 거주권·재산권을 배려하지 않고 동네 입구에 축사와 납골당을 지었다. 축사 신축에 동의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수가 되었다. 또 납골당 신축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수가 되었다. 40명도 안 되는 주민이 겹겹이 원수가 되었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참고로 20년 전, 선배 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필자를 찾아와 가래골(가라울) 마을을 보곤 “삼태기(겸혈·鉗穴) 명당”으로 칭찬하던 곳이다. 특히 마을 좌청룡에 해당하는 지맥이 약하여 비보풍수로 심은 수백 년 당산나무를 칭찬하였다. 그 신성한 지맥에 축사를 짓고 대형 납골당을 지어 ‘의미론적 경계(Semantische Grenze)’를 파괴하였다. ‘의미’가 없는 마을이 되었다. 깨어진 둥지에 어찌 새가 살겠는가? 죽은 마을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양반촌이 아닌 민촌이다. 전국에 흔히 볼 수 있는 마을이다. 텃세, 이장 선거에서 여성 배제, 축사 악취, 경관 파괴 등은 귀촌·귀농을 어렵게 한다. 마을 내부 공동체[仁] 정신 부활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허울 좋은 제안서’에 현혹되지 말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공복(公僕) 정신, 제2의 새마을[新村] 정신 각성이 우선이다. 도시 사람(중앙정부)은 시골(지자체)을 모른다, 속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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