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견과류나 영양제부터 찾기 쉽지만, 과일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도 뇌 건강과 관련해 꾸준히 연구돼 왔습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한 가지 음식에 기대기보다 색이 진한 과일을 다양하게 먹는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의외로 뇌 건강 연구가 활발한 과일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석류
석류는 여성 건강에 좋은 과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뇌 건강과 기억력 쪽에서도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석류에는 엘라지탄닌과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이런 성분은 산화 스트레스와 신경세포 보호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50~75세 성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석류주스를 섭취하게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시각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이 대조군에서 감소한 반면 석류주스 그룹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또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4주간 진행한 연구에서도 언어 기억과 뇌 활성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다만 모든 기억력 지표가 좋아진 것은 아니어서 석류를 기억력 치료 식품처럼 보는 것은 지나칩니다.

석류는 즙으로만 마시기보다 씨를 둘러싼 과육을 그대로 먹으면 씹는 과정도 있고 양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주스를 선택한다면 첨가당이 없는 제품을 작은 잔으로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루 여러 잔씩 마시면 과일 자체의 당 섭취가 늘 수 있으므로 적당량을 꾸준히 챙기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포도
포도는 단맛 때문에 건강 과일이라는 이미지가 약하지만 껍질과 씨 주변에는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안토시아닌과 플라바놀 같은 성분은 혈관 건강뿐 아니라 기억력과 주의력 같은 인지 기능과의 관계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색이 진한 포도일수록 이런 식물성 색소를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표준화한 포도 추출물을 섭취하게 한 최근 임상시험에서는 단기와 장기 기억, 시공간 능력, 주의력 등 여러 인지 영역에서 개선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는 농축 추출물을 사용한 것이어서 생포도 몇 알을 먹었을 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포도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뇌 기능 사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포도는 주스보다 껍질째 그대로 먹는 편이 낫습니다. 주스로 마시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쉽고 식이섬유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송이를 계속 먹기보다 작은 그릇에 먹을 만큼만 덜어두고, 다른 과일과 번갈아 먹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딸기
딸기는 비타민 C가 많은 과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안토시아닌과 여러 폴리페놀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런 성분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연구돼 왔고, 최근에는 고령자의 기억력과 정보 처리 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60~75세 성인을 대상으로 90일 동안 딸기를 섭취하게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일부 학습과 기억력 검사에서 개선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최근 또 다른 고령자 연구에서는 딸기 섭취 기간 동안 정보 처리 속도가 좋아진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다만 연구 규모가 크지 않고 모든 인지 기능이 좋아진 것은 아니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딸기는 생과일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냉동 제품을 활용해도 괜찮습니다. 설탕이나 연유를 많이 뿌리기보다 그대로 먹거나 다른 과일과 섞어 먹는 편이 좋습니다. 석류나 포도, 딸기처럼 색이 진한 과일을 번갈아 챙기면 한 가지 견과류나 특정 건강식품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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