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물풍선 대응에 질병청은 빠져있다…생물테러 가능성에 “안보체계 구멍” 지적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과 관련한 정부 대응 과정에 질병관리청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의 참여 없이는 독극물이나 바이러스 등 생물테러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보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합동참모본부는 오물풍선이 최초 살포된 지난 5월 질병청에 오물풍선 낙하현장 대응에 관해 상황을 처음 전파한 이후 단 한차례도 질병청과 오물풍선 관련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오물풍선이 최초 살포된 다음날인 5월29일 합참이 질병청 위기관리총괄과에 유선전화를 통해 한차례 현장 대응 상황을 전파한 이후 양측의 상황 공유는 없었다. 이후 다중탐지키트 지원 요청과 회신만 몇차례 더 이어졌다. 게다가 합참은 상황 공유 당시별도의 보안 통신매체가 아닌 질병청 담당관의 개인 휴대전화로 소통했다. 지난 6월 합참이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안전보장 대책 논의를 위한 통합방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실시했을 때도 질병청은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30여차례, 6000개가 넘는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지난 5~8월 한자릿수에 불과하던 살포 횟수는 지난달부터 두자릿수를 넘어가며 최근 그 빈도가 늘었다.
오물풍선에는 폐종이, 비닐, 생필품 쓰레기, 인분비료 등이 담겨 있었는데, 이를 통한 생물테러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청도 지난 9월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생물 테러 위험이 있다며 백신을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생물테러는 바이러스, 세균, 독소 등을 이용해 질병을 야기하거나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생물무기는 잠복기가 있어 초기에 감지하기가 어렵고, 극미량으로도 치사량에 이를 수 있어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번 오염되면 스스로 번식·확산해 널리 전파되기 쉽다.
질병청이 합참에 지원한 다중탐지키트가 주요 위험 물질을 검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키트가 검출할 수 있는 물질은 총 9종으로, 국내 고위험병원체로 지정돼 있는 생물테러감염병 3종(에볼라, 마버그, 라싸 바이러스)은 검출하지 못한다. 질병청은 “키트에 포함되지 않은 바이러스는 의심 사례 발생 시 실험실 검사 가능한 진단검사체계가 구축돼 있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 출혈열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현장검사키트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탄저백신의 경우 개발이 진행중이고, 내년부터는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으로 비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유례없는 오물 테러가 발생했지만 합참은 생물테러 가능성에 대비한 다중탐지키트 수량도 제대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위해 물질 발견 여부에 대해 질병청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생물테러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질병청이 안보체계에서 빠져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합참은 오물풍선 관련해 행정안전부에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 국군화생방방어연구소에서 샘플들을 채취해 정리 분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오물풍선 상황 발생 후 군에서 일괄 대응하는 것으로 연락 받았다”며 “질병청은 생물테러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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