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취재 후]
지난 1595호 표지 이야기(대파·양파 ‘닥치고 수입’···기후 대응 이게 최선일까)의 댓글로 독자들의 여러 반응을 접했습니다. 특히 ‘농산물 수입을 하지 말란 얘기냐’는 질문이 있어서 답을 남겨봅니다.
수입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수입을 ‘잘’하자는 얘깁니다. 수입을 하되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따져서 적정량을 고민하자는 얘깁니다. 정부가 관세를 깎아주는 저관세·무관세 수입은 세금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농가 피해가 명확하다면 보전 수단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물가 잡자고 농업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울러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통념만큼 크지 않다는 점, 한국의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비싼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댓글 중엔 이런 주장도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소수이고 소비자는 다수이니 당연히 다수 편에서 서서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농촌은 피폐화를 면할 수 없다.”
이 댓글은 중요한 질문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농가 수는 99만9000가구로 100만가구 선이 무너지는 등 한국 농촌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농업 보호도 포기해야 할까요.
농업엔 경제 논리로만 바라봐선 안 되는 고유의 가치가 있습니다. 비상사태로 무역 중단 시 우리를 먹여 살릴 식량을 키워내는 것은 물론이고요, 농부들이 있기에 들판과 초목, 초원 등의 자연환경이 유지되고 지역사회의 풍습이 보존됩니다. ‘사과 농부가 된 농업경제학자’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정부 보조금이 농가 수익의 70~80%에 이르는 유럽에선 농업을 보호해야만 하는 이유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국가가 지원해 제작하고 지속해서 방영함으로써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을 날이 올까요.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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