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서 가다가 도착 안내방송이 나와서 하차 벨을 누르려고 주위를 둘러봤는데…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하차 벨이 없다?! 좌석에서 일어나 팔을 쭉 뻗어야 겨우 닿는 하차 벨을 누르고 내리긴 했는데…움직이는 버스에서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유튜브 댓글로 “버스 하차벨 위치는 왜 제각각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스 내 하차벨을 설치하는 거 자체는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인데 하차벨 설치 위치나 개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이건 2020년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버스 탈 때 뭐가 가장 불편한지 설문조사를 한 건데 응답자 3391명 중 65%가 ‘하차벨을 누르기 힘들다고 했고, 69%는 ‘시내버스 하차벨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버스 하차벨을 누르기 어렵고, 개수도 충분치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에 설치된 하차벨 개수는 좌석 수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 차량 제조 회사나 모델, 연식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일반 버스는 14개, 저상버스 19개인 반면, 좌석 수는 일반 버스 25개, 저상 버스 24개다. 이 때문에 버스가 움직이는 와중에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난 상태로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버스가 급정거하거나 좌회전 우회전하면서 크게 도는 경우라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서울시 A 운수회사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에서 창문 사이의 그 공간에다가 (하차) 벨을 전부 다 달아줬으면 되는데 그사이에다가 망치 같은 것도 달고 하다 보니까 누락된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런 불편사항을) 계속 (제조사에) 얘기를 해서 한 16년식부터는 맨 뒷자리도 달려서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 홈페이지에는 ‘하차벨이 버스 절반 기준으로 앞쪽에만 자리하고 있어 증설 요청한다’, ‘뒷좌석 쪽에는 하차 벨이 없어서 미리 벨을 누를 수가 없다’ 등 버스 뒷좌석 하차벨이 별로 없어서 불편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있기도 하다.

하지만 하차벨 위치 조정이나 개수 늘리는 거는 감사위원회에서 개선하라고까지 했는데도 개선이 잘 안된다. 이유를 서울시에 물어봤는데 일단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특별시 도시교통실 관계자
"이거를 저희 쪽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조합하고 같이 진행을 해야하는 부분이거든요. 하차벨에 관련된 거는 시내버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다른 중요한 것들을 먼저 논의하고 그 후에 차차 개선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무작정 개수만 늘리면 잘못 누른 하차벨 때문에 다른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개선이 잘 안되는 이유라고 하는데 선뜻 이해는 안간다.

서울특별시 도시교통실 관계자
"하차 벨이 옆쪽에 있다 보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누르게 되니까 잘못 눌러서 멈추게 되면 다른 승객분들한테도 불편이 갈 수 있잖아요. 그런 이유로 조금 위쪽에 설치된 거로...또 어떤 승객분들께서는 하차 벨이 너무 많아서 실수로 누르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불편하다는 민원들이 꽤 많이 접수돼가지고..."

정리하면, 버스 내부 어디에, 몇 개의 하차 벨을 설치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버스 내부에 중구난방으로 하차벨이 설치되었지만 정작 이용객의 불편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인 건데,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하차 벨을 사소한 거라고 넘기기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는 행정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