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신장질환과 고혈압, 악순환의 고리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신장내과 이유지 교수. /삼성창원병원

신장질환과 고혈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몸의 신장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수분과 염분의 균형을 유지하며 혈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몸이 붓고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고혈압 역시 신장 내 혈관을 손상해 신장 기능을 저하시킨다. 다시 말해 신장 기능 저하는 고혈압을 유발하고, 고혈압은 신장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혈압은 혈관 내 압력이 증가하여 혈관 벽을 손상하고,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은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데, 이를 일차성 고혈압 또는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주요 위험인자로는 고령, 비만, 가족력, 인종, 염분 과다 섭취 등이 있다. 반면, 고혈압 환자의 10% 미만은 원인이 신장질환일 정도로 비교적 명확하며, 이차성 고혈압 또는 속발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신장은 혈압을 올리는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레닌 분비가 증가하면 안지오텐신이라는 혈관 수축 호르몬이 생산되어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 염분과 수분 조절이 어려워져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고혈압은 단백뇨, 신장 기능 저하 등 고혈압성 신장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멈춰버리는 말기신부전에 이를 수 있다.

신장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고혈압은 크게 신성 고혈압과 신혈관성 고혈압으로 나뉘며, 신성 고혈압의 원인에는 사구체신염, 다낭성 신장질환, 만성신장질환 등이 있다. 사구체신염은 신장에서 여과 기능을 담당하는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한 것이며, 다낭성 신장질환은 신장 내에 다수의 물주머니가 생긴 질환이다. 만성신장질환은 이차성 고혈압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만성신장염 환자의 약 60%, 말기신부전 환자의 약 8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신혈관성 고혈압은 신장으로 가는 동맥의 폐쇄나 협착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레닌-안지오텐신계의 활성화를 유도하여 혈압을 상승시키지만, 협착 부위를 치료하면 호전되거나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고혈압에 의한 신장 손상도 나타난다. 고혈압은 고혈압성 사구체경화증이라는 신장질환을 유발해 단백뇨, 혈뇨, 신기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신장질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기능 악화가 진행되면 신장은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체내에 염분과 수분이 축적되어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된다.

고혈압 치료의 기본은 식이 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이다. 경증 고혈압은 염분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이 도움이 된다. 흡연은 심장 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등의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이 내려가지 않거나 혈압이 매우 높은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이유지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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