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한테 "서방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뭉치자" 직접 말한 이 나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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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새로 사귄 친구,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었다

북한 하면 보통 러시아나 중국을 떠올린다. 그런데 지난 3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타났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다. 벨라루스 정상의 방북은 양국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직접 광장에 나와 루카셴코를 맞이했고 군 의장대 사열, 해방탑 헌화, 금수산태양궁전 방문까지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췄다.

이틀간의 방문 일정이 끝난 3월 26일, 두 정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친선 및 협조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외교·농업·교육·보건·산업 등 10개 안팎의 분야에 걸친 합의 문서도 함께 체결됐다. 북한이 서방의 제재를 받는 고립국임에도 이처럼 새로운 우군을 공식화하는 데 성공한 이번 사건,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넘기기엔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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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싫어해도 상관없다" 루카셴코가 평양에서 한 말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김정은 앞에서 서방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잠재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강대국들이 국제법 규범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상황에서 독립 국가들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루카셴코는 평양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화환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방북이 단순히 벨라루스와 북한 두 나라만의 행사가 아니라 러시아까지 포함된 3각 공조의 일환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영토를 러시아군의 훈련 기지로 내줄 만큼 친러 노선을 걸어왔다. 그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 이제 북한과도 공식 손을 잡은 셈이다. 루카셴코는 귀국 후 외무장관을 통해 평양 대사관 개설과 비자 면제 협정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까지 내렸다.

벨라루스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 북한이 벨라루스에 줄 수 있는 것

벨라루스 외무장관 스스로 "양국 교역량은 현재 미미하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으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벨라루스는 트랙터·농기계·광학 장비 등의 제조업 기반을 보유한 나라다. 유럽 시장에서 퇴출당한 이후 새로운 수출 시장과 기술 협력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재래식 무기 재고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제재망을 우회하는 형태로 북한의 인력이나 물자가 벨라루스로 유입되고, 그 대가로 벨라루스의 산업 기술이 북한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이 아닌 잠재적 우려 수준이며 실제 거래 여부는 추가적인 국제사회의 감시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상회담에 북한 경제 총괄인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가 수행한 것, 벨라루스 측에서도 공업부 장관이 동행한 것은 이번 협력이 경제 분야에 상당히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게 왜 한국 안보 문제인가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벨라루스까지 공식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우선 북한의 외교적 고립 전략이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서방 주도의 제재 연대가 촘촘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벨라루스 같은 친러 권역이 북한의 숨구멍 역할을 해주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벨라루스가 보유한 광학 기술이나 전자 장비 관련 역량이 북한의 정찰위성 또는 무인기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무인기와 위성 전력 고도화에 집중 투자 중이다. 또한 루카셴코가 김정은을 벨라루스로 공식 초청하면서 김정은의 대외 행보가 러시아를 넘어 동유럽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생겨났다.

이번 조약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압박 전략의 효과는 그만큼 희석될 수밖에 없다. 북·러·벨라루스로 이어지는 반서방 블록의 윤곽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지금, 이에 맞선 국제 공조 강화와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