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륵주륵' 물 밖에 안 나와…설사, 지사제부터 먹으면 더 위험해요

정심교 기자 2025. 9.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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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설사는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으며 대개 일시적으로 지나가 가볍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해질 경우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등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기저질환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원인에 맞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최형일 교수의 도움말로 설사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을 살펴본다.
하루 3번 이상 묽은 변 본다면 치료해야
설사는 일상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란 점에서 단순히 배탈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이어질 경우, 단순한 소화 불량이 아닌 심각한 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하루 3회 이상 묽은 변을 보거나, 대변량이 하루 250g 이상 증가했다면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설사로 봐야 한다. 대변의 농도도 중요한 치료 기준인데, 병적 설사는 정상 변보다 수분 함량이 많아 묽거나 물에 가까운 상태로 배출된다. 특히 증상이 2주 이내면 급성 설사, 4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설사로 나뉜다.

설사는 발생 원인에 따라 삼투성·분비성·염증성 설사로 구분한다. '삼투성 설사'는 소화되지 않은 특정 성분이 장내로 수분을 끌어들여 생긴다. 삼투성 설사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예컨대 자일리톨 껌을 많이 씹었을 때 설사하는 경우다. 이는 당류가 흡수되지 못하고 장 내 삼투압을 높여 수분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변이 묽어지고 배변 횟수도 늘어나지만 원인 음식을 끊으면 금세 호전된다.

'분비성 설사'는 장점막에서 물·단백질 등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발생한다. 분비성 설사는 밥을 굶어도 멈추지 않는다. 콜레라, 설사 유발 호르몬 종양, 항생제 사용 후 설사 등이 대표적이다.

'염증성 설사'는 염증 반응으로 점액·혈액이 동반되는 경우다. 염증성 설사는 장 점막에 염증이 심해 혈액·점액·단백질이 함께 배출되는 경우로, 염증성 장질환이나 세균 감염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전문적인 진단·치료가 필요하다.
물보단 이온음료·수액 보충이 효과적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에서 발생하는 급성 설사는 휴식과 수분 보충만으로 호전된다. 그러나 △혈변·점액변이 동반될 때 △38.5도 이상의 고열·심한 복통·구토가 함께 있을 때 △설사를 과량 지속해 탈수가 우려되는 경우 △고령자·어린이·기저질환자에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최형일 교수는 "설사 치료의 핵심은 수분·전해질 보충"이라며 "이때 단순히 맹물만 마시는 것보다 전해질이 포함된 이온음료나 수액 보충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설사 증상이 생기면 지사제를 바로 챙겨 먹는 사람도 적잖다. 하지만 설사는 신체가 독소·병원균을 배출하는 일종의 방어 작용이므로,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지사제로 무조건 설사를 억제하는 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특히 장에 심각한 감염이 의심되면 지사제 사용을 피해야 한다. 예컨대 항생제를 과량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독소에 의한 설사', 콜레라·이질 같이 독소를 배출해야 하는 '감염성 설사'에선 지사제를 사용하면 병의 경과가 더 나빠질 수 있다. 이럴 땐 지사제를 섣불리 먹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가벼운 미음, 삶은 감자 등 부드러운 음식으로 식사를 이어가는 게 장 점막 회복에 도움 된다. 충분한 수분·전해질 보충과 적절한 식이 조절을 통해 회복을 돕고, 원인 질환에 따라 필요시 전문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설사를 줄이려면 원인 음식이나 생활습관부터 확인해야 한다. 술, 날 음식, 특정 음식 섭취 후 증상이 반복된다면 피해야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처럼 음식을 먹고 나서 반복해서 설사한다면 다른 질환이 있지 않은지 감별해야 한다. 평소 증상 일지를 기록해 두면 원인 파악과 치료에 도움 된다.

최형일 교수는 "설사는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양상을 세심히 구분해야 하며, 단순 배탈과 질환에 의한 설사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벼운 설사는 생활습관 관리와 적절한 수분 보충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혈변·고열·탈수가 동반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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