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新생보사]② 성대규, '조직 정비' 시험대…화학적 통합 이룰까

(왼쪽부터) 서울 여의도 ABL생명,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사옥 전경 /사진 제공=각 사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고 보험 업계 진출을 본격 예고한 가운데, 양사 합병을 둘러싼 '조직 정비'가 주요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향후 동양·ABL생명의 통합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성대규 신임 동양생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이목이 쏠린다.

2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양·ABL생명의 합산 자산총액은 53조2427억원으로 자산 기준으로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회사의 임직원 수는 각각 동양생명 937명, ABL생명 760명으로, 총 1700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1029명인 농협생명보다 약 670명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하나의 생명보험사로 통합할 경우 조직 내 통폐합 절차를 거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 규모에 비해 수익성 지표나 비용 효율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크다"며 "성과 중심, 디지털 전환 대응을 전제로 본사 조직이 재정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이 같은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동양생명 노조에서 이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일찌감치 반대의 뜻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노조 측은 고용승계를 두고 기존 소유주인 다자그룹은 물론 인수자인 우리금융까지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양생명 노조 측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하면 중복 인력과 구조조정, 조직문화 충돌 우려가 크다"며 "고용안정 협약 체결, 최소한의 보상, 인수 후 독립경영 등 노조 측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자그룹은 우리금융의 동의 없이는 고용과 관련된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고 하고, 우리금융은 금융위 승인 이후에 논의하자고 했지만, 정작 승인이 난 이후에도 아무 말이 없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사 측은 물론 노조 측과 협의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판단이다.

우리금융 측은 "아직 잔금을 치르지도 않은 상황이라 대응과 관련해선 시기적으로 조금 이르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라며 "자회사가 된 이후 노사 합의가 급속도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 공식적으로 언급을 최소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장 확정된 건 없지만, 우리금융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내부에서는 조직 슬림화보다는 지주와 보험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과거 성 대표의 중재적 역할과 성과가 재조명받고 있다. 성 대표가 신한라이프 출범 당시 노조와의 갈등을 적극적인 대화로 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 대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할 당시 발생했던 노사 갈등을 소통 중심 통합 방식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신한라이프에서 앞서 증명했듯 동양생명 대표에 오른 이후에도 적극적 소통과 통합 위원회 운영, 고용 보장 원칙 등 두 조직 간 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 같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 내 보험사는 최초로 설립되는 만큼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2021년 출범 이후 올해 초까지 약 4년간 노조를 사별로 따로 운영했고, 이달에서야 통합노조를 출범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을 동양생명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 것도 조직 안정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금융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이어온 만큼 누구보다도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동양생명 인수 작업에도 관여한 만큼 성 후보자를 보좌해 갈등 봉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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