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기] ㉓KBO & 베어스 역사 속 득점왕 이야기

- KBO 역사상 최초의 득점 선수는 누구일까요?
- KBO 최초의 득점왕은 누구일까요?
- KBO 역대 최다 득점왕은 누구일까요?
이같은 질문에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야구 박사 중의 박사일 것이다. 웬만한 야구 골수팬도 선뜻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야구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득점’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타이틀이다. 야구규칙의 맨 첫 머리에도 득점 이야기가 나온다.
1페이지 ‘경기의 목적’ 1.05 항에 ‘각 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더 많이 득점하여 승리하는 데에 있다’고 풀이하면서 1.06 항에 ‘정식경기가 끝났을 때 이 규칙에 따라 더 많이 득점한 팀이 승자가 된다’고 덧붙여 설명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 속성 상 팀의 득점이 아닌 개인 득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소홀히 대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에서 가장 빨리 증발되는 분야가 득점왕이기도 하다.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 이번 편에서는 야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득점’과 ‘득점왕’의 세계에 대해 다시 되새김질을 해보고자 한다.

◆KBO 최초의 득점 선수를 아십니까
1982년 3월 27일 서울운동장(동대문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이 역사적인 KBO 최초 경기를 펼쳤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삼성의 이만수가 1호 안타, 1호 타점, 1호 홈런을 기록하고 MBC 이종도가 7-7 동점이던 연장 10회말에 KBO 1호 끝내기 만루홈런을 날린 사실도 팬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KBO 1호 득점 선수는 누구냐’라는 질문이 날아들 때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팬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삼성 라이온즈 함학수다. 원년 개막전 3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한 함학수는 1회초 2사 후 타석에 들어서 MBC 1루수 김용윤(훗날 김바위로 개명)의 실책으로 살아나간 뒤 4번타자 이만수의 좌익선상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렸다. 이때 함학수가 KBO 역사상 최초 득점을 올렸고, 이만수가 KBO 1호 안타와 1호 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그렇다면 베어스 구단 역사상 1호 득점 선수는 누구일까.
KBO 공식 개막전 이튿날인 3월 28일 동대문구장에서 OB 베어스는 최초의 게임을 펼쳤다. 1회말 MBC에 선취점을 뺏긴 OB는 2회초 반격에 나섰다. 5번타자 신경식이 선두타자로 등장해 우전안타로 나간 뒤 6번타자 양세종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양세종의 우중간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신경식이 베어스 구단 역대 1호 득점, 양세종이 1호 타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KBO 초대 득점왕은 백인천 김봉연 공동수상…윤동균은 1개차 3위
1982년 KBO 원년 개인 타이틀 중 유일하게 2개의 트로피를 준비한 부문이 있었다. 바로 득점왕이다. MBC 감독 겸 선수 백인천과 해태 타이거즈 홈런타자 김봉연. 팀당 80경기를 치렀던 그해 둘은 나란히 55득점을 올려 공동 수상자가 됐다. KBO 역대 타이틀 중 가장 먼저 공동 수상자를 배출한 부문이 바로 득점왕이다.
백인천은 그해 타격왕(0.412)과 출루율왕(0.502)까지 휩쓸어 3관왕에 올랐다. 장타율(0.740)도 1위였지만 앞서 [베팬알기] 장타율 편에서 자세히 소개했듯이, 1983년까지는 KBO 공식 타이틀은 아니었다. 김봉연은 그해 초대 홈런왕과 공동 득점왕을 차지해 2관왕이 됐다.
원년 OB 베어스는 투수 부문에서 박철순이 투수 부문 3관왕(다승, 방어율, 승률)에 올랐지만, 타격 관련 수상자를 내놓지는 못했다.
윤동균이 가장 아쉬웠다. 타율(0.342) 부문에서 백인천에 이어 2위에 그치고, 득점 부문에서도 3위에 머물면서 1개의 타이틀도 가져가지 못했다. 특히 득점은 1위에 1개 뒤진 54득점을 기록했다.

◆창단 26시즌 만에 첫 득점왕 물꼬…고영민 이종욱 2년 연속 수상
OB 베어스 시절엔 한 번도 득점왕이 나오지 않았다. 원년 윤동균에 이어 1995년 김민호가 득점 부문 3위(79득점)까지 간 것이 가장 가까웠다.
두산 베어스 시대로 넘어와 2001년 타이론 우즈가 101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1위인 LG 이병규(107득점)에 뒤져 2위에 머물렀다. 베어스 구단 역사상 최초로 100득점을 돌파하는 이정표를 작성한 데 만족해야 했다.
베어스 구단에서 득점왕이 처음 배출된 건 2007년이었다. 창단 후 26번째 시즌 만이었다. 그해 고영민이 89득점으로 1위에 오르고, 이종욱이 84득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득점 1~2위가 모두 두산 선수였다. 당시 이종욱은 붙박이 리드오프였고, 고영민은 주로 2번타자와 3번타자 나서면서 구단의 첫 역사를 썼다.

두산은 2008년에도 득점왕을 내놓아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번엔 주인공이 바뀌었다. 이종욱이 98득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해 고영민(84득점)은 3위, 김현수(83득점)는 4위에 올라 득점 부문 최상위 4명 중 3명이 두산 선수로 채워졌다. 3명 모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허슬두’ 공격야구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두산의 득점왕 인연은 그것으로 끝났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등 왕조 시대가 열렸지만 유독 득점왕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구단별 득점왕 배출 현황
득점은 KBO 원년 타격 타이틀 6개 중 하나였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부문이다.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지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득점왕이 가장 대접받는 다른 스포츠와 다른 부분이다.
지난해 KIA 김도영까지 KBO는 43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총 47명의 득점왕을 배출했다. 원년(백인천 김봉연)을 비롯해 1984년(MBC 이해창, 롯데 홍문종), 2005년(LG 박용택, 한화 제이 데이비스), 2009년(SK 정근우, KIA 최희섭) 공동 수상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 득점왕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구단은 전통의 우승 명가 타이거즈다. 13차례 득점왕을 배출했다. 당대 최고의 리드오프로 꼽힌 이순철(3회 수상)과 이종범(5회 수상)의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김도영이 KBO 단일시즌 득점 신기록(143득점)을 쓰며 구단 역사상 13번째 득점왕의 주인공이 됐다.
LG 트윈스(MBC 청룡 포함)가 8회 수상으로 2위다. 1980년대 MBC 청룡 시대에 5차례 수상했고, LG 시대로 넘어와 2000년대에 3명의 득점왕을 내놓았다.
삼성도 8회 수상으로 LG와 공동 2위인데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과 이종범은 KBO 역사상 득점왕을 가장 많이 차지한 주인공인데 이승엽은 홈런, 이종범은 발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이어 롯데(5회), 한화(4회), 히어로즈(3회), 두산(2회)이 뒤따른다. SSG, NC, kt는 구단 역사에 수상자 1명씩을 두고 있다.
KBO 역사에 존재했던 팀 중 현대(삼미-청보-태평양 포함)와 쌍방울은 득점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팀은 현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왕조를 구축할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지만 득점왕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소 의외다.

◆득점에 얽힌 이야기들
두산 베어스는 2018년 무려 944득점을 올려 한 시즌 팀득점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두산 스스로 기록한 935득점을 넘어 역대 신기록을 작성했다. '타고투저'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해 두산의 팀타율이 역대 최고치인 0.309였다. 경기당 득점 역시 6.6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900점대 팀득점을 올린 팀은 두산 외에 두 팀이 있다. 2017년 KIA 타이거즈(906득점)와 2015년 넥센 히어로즈(904득점)다. 두산의 최고 팀타율과 팀득점은 앞으로도 쉽게 깨기 힘든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7월 31일 광주 KIA전에서 KBO 역사상 최초로 30득점을 올리면서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두산 구단 역사에서 개인통산 득점을 보면 현재 정수빈이 915득점을 기록해 1위에 올라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통산 820득점으로 김동주(851득점)에 이어 2위였으나 지난해 95득점을 추가해 구단 역대 1위로 도약했다. 올 시즌이 지나면 1000득점에 도달할 수 있다. 김재환(794득점)까지 김동주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KBO 전체로 보면 최정(SSG)이 개인통산 1461득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1361득점의 손아섭(NC)이다.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던 이승엽(1355득점)은 3위, 양준혁(1299득점)은 4위로 내려왔다.
개인 득점 부문에서는 2024년 KIA 김도영이 최고 스타로 발돋움하면서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서건창이 넥센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4년 작성한 135득점을 넘어 143득점을 뽑아내면서 KBO 신기록을 작성했다. 144경기에서 143득점을 올려 경기당 거의 1득점에 맞먹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서건창은 경기당 득점에서는 역대 득점왕 중 여전히 1위다. 2014년엔 팀당 128경기를 소화했기에 그해 경기당 1.05득점을 올렸다. KBO 역대 득점왕 중 경기당 1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득점의 허와 실 그리고 야구의 추억
야구에서 득점은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지만, 개인의 득점 기록만 놓고 보면 스포트라이트에서 살짝 비켜난다. 다른 기록에 비해 순수하게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로서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출루를 잘 하는 선수가 득점할 가능성은 높지만, 홈런이 아닌 이상 스스로의 힘보다는 후속 타자의 타격이나 주변 상황에 힘입어 득점을 올릴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도 있다. A 선수가 3루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 B 선수로 교체됐는데 상대 실책 또는 폭투로 득점한다면? 당연히 A선수가 팀 득점에 가장 큰 기여를 했지만 이때의 1득점은 B 선수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세이버메트릭스가 발달한 오늘날 ‘득점’의 중요도에 비해 득점왕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접이라는 것은 전문에 설명한 대로 ‘기억’이 대표적.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 득점왕이 쉽게 증발하는 속성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의 득점왕은 항상 역사에 기록된다. 가장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틀이다. 득점을 겨루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이지만 잘 기억해주지 않는 타이틀. 야구 역사의 발자취와 기록적인 측면에서 역대 득점왕을 다시 한번 우리의 기억에서 되새김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