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려줌] <양성인간> (Born to be Human,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생식기나 성호르몬, 염색체 구조와 같은 신체적 특정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간성'(間性, intersex)은 전 세계 인구의 1.7%에 해당한다.
1,000명 중 17명이라는 상당한 비율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지만, 무지와 무관심으로 소외되었던 간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대만 영화가 찾아왔다.
<양성인간>은 14살 소년의 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인 폭력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시난'(리링웨이)은 14살 또래가 그러하듯, 성에 눈을 떠 부모 몰래 침대에 누워, 야한 잡지에 나온 사진을 보며 자기 위로도 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어느 날, 복통이 심해져 '시난'은 화장실로 가 소변을 보는데, 소변기에는 혈뇨가 가득 차 있었다.
약 한 달 후, 다시 복통을 호소하면서 피를 쏟아내는 '시난'은 건강검진을 받고, 부모에게 이끌려 수술을 받는다.
그저 방광염 혹은 귀두염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로 알고 있던 '시난'은, 수술이 끝난 후 소녀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간성인 것도 모른 채, 부모와 의사의 결정으로 인해 '시난'은 자신의 의견 없이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것.
동시에 '시난'은 14년 평생 쌓아온 정체성을 한순간에 바꿀 것을 강요받는다.
생일 선물로 갑자기 인형을 선물 받는가 하면, '시난'의 방 안은 온통 '핑크색'으로 도배된다.

<양성인간>의 이런 설정은, 많은 간성인이 어린 시절 어른들의 결정에 의해 수술을 받고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에 고통받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들이 자녀 건강의 일차적 책임을 갖고 의료적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의 의사가 무시된 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성별에 따른 사회적 시선 차이에 대한 경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양성인간>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니야오 감독은 'LGBTQI+'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난'의 수술을 진행하는 박사가 환자를 피조물처럼 재창조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
이에 대해 니야오 감독은 고도로 발달한 의학이 오히려 인간성을 소외시키기도 한다는 주제로 접근했다면서, "인간 본성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기술을 최우선으로 하게 되면 '우리는 감정과 느낌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Born to Be Human'인 이유도 이 때문.

또한, <양성인간>은 14살 소년에서 소녀로, 쉽지 않은 배역을 깊이 있는 해석으로 몰입도 있는 공감을 선사한 대만 배우 리링웨이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반교: 디텐션>(2019년)에서 과거의 혼령에게 쫓기는 여고생을 연기했던 리링웨이는, 실제는 20대 초반의 배우이지만, 사춘기의 소년을 연기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슴에 압박 붕대는 물론,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성의 성기 모형을 붙여 놓은 바지를 입고 낮은 목소리 톤을 연습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자위 장면'이었는데, 이를 위해 이성의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등 자연스런 연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이 같은 노력으로 리링웨이는 2021년 제16회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 야쿠시 펄상을 받았다.
니야오 감독은 남자 배우를 여자 배우처럼 의상을 입히거나 메이크업을 하는 것은 쉽지만, '목젖'을 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간성인은 목젖이 발달하지 않는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시난'의 등이 과하게 굽게 된 이유에 대해 감독은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관찰한 결과, 게임을 많이 해서 어깨가 많이 굽어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감독은 엔드 크레딧의 주제가 'Euthalia Formosana'를 불렀는데, '시난'의 심경을 대변하는 춤사위와 잘 어울려지는 대목이었다.
- 감독
- 예요
- 출연
- 이령위, 진설견, 윤소덕
- 평점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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