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울던데요? KS 우승한 것도 아닌데"…푸른 피의 에이스는 울지 않았다, KIA 잡으려고

김민경 기자 2024. 10. 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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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 삼성 라이온즈
▲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 우는 선수 많아요. 다 울던데요?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도 아닌데(웃음)."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 삼성 라이온즈)은 9년 만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동료들의 눈물을 지켜봤다. 삼성은 지난 19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0으로 신승하면서 시리즈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2015년 이후 길고도 길었던 암흑기가 진짜 끝난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순간. 삼성 더그아웃에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선수들이 다 같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의 타깃은 포수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개인 통산 2369경기에 출전한 프로 21년차 베테랑 포수로 KBO 타자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을 쓰고 있는데, 한국시리즈 무대는 단 한번도 밟지 못한 비운의 선수였다. 강민호는 4차전에서 결승 솔로포를 날리며 직접 한국시리즈 티켓을 확보했고, 선배의 간절한 마음을 옆에서 지켜봤던 선수들은 모두 강민호에게 뛰어가 축하했다.

원태인은 "다 울더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도 아닌데, 사실 이렇게 뛰어나가는 것도 조금 그랬다. 진짜 (강)민호 형이랑 같이 한국시리즈를 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선수단이 너무 커서 그렇게 다 뛰쳐나갔던 것 같다. 솔직히 민호 형만 아니었으면 그냥 조용히 끝났을 것 같은데, 진짜 다들 민호 형의 한을 풀어주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먼저 '같이 뛰어나가자' 했는데 이렇게 좀 일이 커진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일단 우리 (황)동재랑 (김)지찬이랑 이렇게 있었다. 일단 끝나면 민호 형에게 달려가기로 했다. 민호 형을 축하하러 가는 것 반, 기뻐서 반 이렇게 달려나간 것 같다. 민호 형 홈런이 나왔을 때 끝났다고 생각했다. 3회에 경기 분위기를 보고 선취점 뽑는 팀이 무조건 이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홈런이면 진짜 분위기가 끝날 것 같다 했는데 계속 안 나오다가 8회에 민호 형이 치는 것을 보고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의 눈물에도 원태인은 울음을 삼켰다. 기뻐하긴 이르다고 냉정히 생각해서다. 정규시즌 1위 KIA 타이거즈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에 울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원태인은 "나는 안 울었다.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4경기를 더 이겨야 되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다들 한마음이 돼서 목표가 같기 때문에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원태인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설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KIA는 턱관절 부상을 완벽히 회복한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예고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선발로 원태인을 발표하면서 "다승 1위 선수고, 우리는 순차적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왔기 때문에 원태인이 나가야 할 차례다. 우리 다승 1위 선수답게 제일 믿음이 가는 선수이기에 한국시리즈 1차전은 원태인으로 정했다"고 했다.

▲ 삼성 라이온즈 동료들과 기뻐하는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과 같이 뛰어나가는 원태인 ⓒ곽혜미 기자

원태인은 올해 28경기에서 15승6패, 159⅔이닝,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면서 생애 첫 다승왕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에 기여했다. 데니 레예스와 함께 현재 삼성 선발 마운드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다.

원태인은 "여태까지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국내 선발이 이끌었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컨디션도 지금 좋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긴장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부담감도 엄청 클 것 같은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해왔듯이 조금 긴장은 많이 되겠지만, 즐기면서 한다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KIA 타선을 뛰어넘어야 원태인도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KIA에는 38홈런-40도루를 자랑하는 김도영이 있고, 나성범과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20홈런 타자가 즐비하다. 김선빈, 박찬호, 최원준 등 한번 공격에 불이 붙으면 계속 장작을 더하는 타자가 줄줄이 나온다. 괜히 타격 1위 팀이 아니다.

원태인은 KIA를 상대하는 각오와 관련해 "정말 좋은 팀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전력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분위기를 지금 타고 있는 상태라 생각한다. 우리도 타격 사이클이 잠시 떨어졌다가 아마 광주에 가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타선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조금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끌어줘야 경기를 타이트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던지려 한다. KIA 방망이가 워낙 좋다"며 경계했다.

이어 "(김)도영이뿐만 아니라 솔직히 최형우 선배도 계시고, (나)성범 선배도 있고 워낙 경험 많은 타자들이 많다. 또 큰 경기를 많이 치러 본 타자들이 있기에 아무래도 LG도 힘들었지만, KIA도 똑같이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또 (강)민호 형을 믿고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8회를 자랑한다. 1985, 2002, 2005, 2006, 2011, 2012, 2013, 2014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달성했다. 원태인은 삼성의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왜 그가 '푸른 피의 에이스'인지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을까.

▲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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