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주사 맞나요”…비만약도 백신도 ‘붙이기’ 경쟁 치열
통증 없고 부작용도 없어 각광
대웅, 성장호르몬제 임상
대원, 비만치료제에 활용 추진
녹십자 독감백신도 패치형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의약품에 대한 첫 임상을 승인받았다. 첫 제품은 성장호르몬제다. 인성장호르몬은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나타나는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로 장기 투약이 필요하지만 분자의 크기가 큰 탓에 피하 주사제로만 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가로세로 1㎝ 면적 안에 100개의 미세한 바늘이 더해진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성장호르몬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임상을 통해 피하 주사제와 동등한 수준의 약물 흡수율을 확보함으로써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성장호르몬제를 시작으로 비만치료제, 보톡스 등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개발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DWRX5003’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1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이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DWRX5003는 마이크로니들이 미세혈관을 통해 GLP-1 약물을 전달해 1주일에 한 번만 피부에 붙이면 기존 주사제와 동일한 약효를 낸다.
업계에서 마이크로니들이 약물 개발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부상하는 것은 편의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주사제와 비교해 통증이 적고 부착 부위의 회복도 빠르다. 바늘로 인한 2차 감염 등 부작용 위험도 없다.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유통이 편리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주로 화장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의약품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6억2160만달러(8300억원)이던 글로벌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은 2030년 12억39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원제약도 마이크로니들 개발사 라파스와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패치제로 개발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1주일에 한 번 배 또는 허벅지에 자가 주사해 투약해야 하며 냉장보관이 요구되는 위고비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현재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합성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공동 특허 등록도 마쳤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Vaxess) 테크놀로지와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 ‘MIMIX-Flu’를 개발하고 있다. MIMIX-Flu는 GC녹십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항원(H1N1)을 백세스의 패치 기반 피하 약물전달 시스템과 결합한 제품이다. 앞서 백사스는 18~39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백신 패치를 5분간 부착하도록 한 임상1상 결과 항체양전율과 방어항체 생성률이 각각 85%, 92%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밝힌 인플루엔자 백신의 신속 허가 기준을 넘어선 수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호주의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Vaxxas)와 손을 잡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허가를 받은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의 항원을 공급하고, 백사스가 이를 활용해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의 후기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등 제품 출시가 임박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기존 주사제 대비 제작 단가도 저렴하고 적용 분야의 확장성도 커 기존 제형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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