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도 아동학대...수년 걸려 얻은 결과가 집유” [배드파파, 사라진 양육비]

2023. 11.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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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조치 동원했지만 양육비 못받아 형사고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하늘 무너지는듯”
전문가 “형사처벌까지 기간단축할 제도 시급”

“지금껏 양육비를 받기 위한 시간이 집행유예 선고로 헛수고가 됐어요.”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A씨는 지난 2017년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자녀 한 명당 매달 30만원씩 지급해야 할 양육비는 늘 입금되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A씨는 고강도의 노동도 감수해야 했다. 이혼 직후부터 현재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쉬는 날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행명령부터 감치명령, 운전면허 정지 신청 등 각종 법적 조치를 동원했다. 그럼에도 전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양육비는 22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올해 1월 전 남편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강력한 처벌로 양육비 지급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A씨는 이달 8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선 기소된 전 남편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선고에 승복할 수 없었던 나머지 A씨는 검사에게 직접 항소를 요청하는 내용의 손편지까지 썼다고 했다. A씨는 “(이번 재판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기 때문에 선고에 납득할 수 없었다”며 “(손편지에) 아이를 위해서 항소를 했으면 좋겠다고 썼다”고 털어놨다. 결국 지난 14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A씨의 전 남편에 대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들어 항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수년간 양육비를 받기 위한 다툼으로 지친 나머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법원까지 재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은 부부가 서로에게 마침표를 찍은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의 안전한 주거권과 원만한 성장을 위해 비양육자의 경제 지원은 필수다. 그러나 이 같은 부모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다.

20일 헤럴드경제는 전날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3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상대방으로부터 미처 받지 못한 양육비를 돌려받기 위해 양육비 이행신청부터 감치명령, 형사고소에 이르기까지 수년의 법정 소송에 힘을 쏟았다. 양육자들은 법적 소송을 이어가는 동시에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미처 받지 못한 양육비의 공백을 채우는 등 이중부담을 떠안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마지막 선택지랄 수 있는 형사고소는 지난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가능해졌지만, 양육비이행명령부터 감치명령까지 수년의 법적 제재조치를 거친 뒤에야 가능한 실태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양육비이행법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집계된 발생건수와 검거건수는 각각 74건, 54건이었다. 법이 개정된 2021년의 경우 발생건수와 검거건수는 각각 0건이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형사고소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가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내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조치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이 가능해진 2021년도 7월부터 이듬해 7월 전까지는 형사고소를 할 조건이 되지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양육비 지급을 이끄는 최후 수단인 형사 고소가 이뤄졌음에도 수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양육비 미지급자인 B씨의 경우 지난 2021년 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전 남편을 고소했지만 지난해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전 남편은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위장전입을 통해 도피했다. B씨는 “진술을 하겠다 하곤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경우만 세 차례”라며 “감치명령이 떨어졌을 때에도 위장된 주소로 인해 우편물을 송달받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B씨는 중증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 정신질환부터 피부질환까지 자녀에게 필요한 의료비만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낮에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등 뛰어든 직업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재판 끝에 소액의 벌금형이 선고됐을 뿐, 아직까지 미지급액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아내와 이혼한 회사원 C씨의 경우 매달 받던 양육비 100만원을 이듬해부터 받지 못했다. 두 아들을 키우는 C씨는 이혼한 아내가 서울 강남에 살며 BMW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C씨가 아내에게 고소를 한 끝에 얻어낸 선고 결과는 벌금형 500만원이었다. 아직도 받지 못한 양육비는 존재하지만, 재판이 끝난 시점에서도 끝내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양육비 미지급 행위는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워져 자녀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는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현재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양육비이행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되는 방법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처벌이 강화될수록 미지급자들이 내지 않은 양육비를 지급할 강제성이 더 생길 수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이 아동학대라는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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