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부터 국가 행사에 동원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7월부터 먹이 주면 과태료 부과
오는 7월부터는 한강공원과 서울숲 등의 등지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지자체장이 조례로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를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시내 도시공원과 한강공원 외 총 38곳을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고시했다. 서울시는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유해야생동물의 배설물, 털 날림 등으로 인한 위생상 피해와 건물 부식·훼손 등의 재산상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고자 한다”라며 “6월 30일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7월 1일부터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먹이 주기 금지 기간은 오는 7월부터 3년간으로, 시장은 금지구역 지정의 변경 또는 해제를 3년마다 검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둘기는 흔히들 ‘평화의 상징’으로 떠올리고는 하는 동물이다. 이런 비둘기가 한국에서는 언제, 어떻게 유해야생동물로 지정이 된 것일까? 이는 집비둘기의 개체수와 관련이 있다.
국내 비둘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비둘기는 18만 3,334마리에서 최대 29만 5,507마리로 추정된다. 집비둘기 개체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2009년 환경부에서는 ‘일부 지역에 개체수가 너무 많아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고, 배설물이 쌓이면 건물이 손상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 개체로 지정했다.
집비둘기가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집비둘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20세기 정부에서 각종 대형 행사에 비둘기를 동원하면서부터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여러 행사에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6년 발표한 ‘멸종위기 양비둘기 보전 및 증식·복원 연구’에 따르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각각 약 3,000마리의 비둘기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의 목적으로 방사됐다. 14·15대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각각 1,400마리, 1,500마리의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이에 사육하던 집비둘기 중 일부가 집이나 둥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문제는 비둘기의 번식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있다.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매번 두 개의 알을 낳는데 주변 환경이 좋으면 1년에 4번에서 6번까지 알을 낳는다.
실제로도 유해야생동물 중에서도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비둘기는 시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 접수된 비둘기 관련 불편 민원은 2,818건에 이른다. 민원 유형으로는 ‘배설물과 털 날림’이 41%로 가장 많았다. 비둘기의 배설물에는 유해 곰팡이인 ‘크립토코쿠스균’이 존재하는데, 이 곰팡이는 폐질환과 수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건물이나 유적지 등 기타 시설물 자재를 부식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집비둘기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먹이 금지 캠페인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실제 먹이를 줄이면 비둘기의 번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비둘기 방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한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실시한 비둘기에게 먹이를 금지하는 캠페인이 그 예다. 해당 연구 결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50개월이 지난 뒤 2만 마리로 추정되던 비둘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집비둘기를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로 봐야 한다고 짚으며 인도적 관점에서 개체 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개체 수 급증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는 만큼 이들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책임도 인간에게 있다”라며 마음대로 죽이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야생생물법에서도 유해야생동물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죽일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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