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졌던 몸, 그리고 달라진 삶의 방향
방송인 김수민은 1997년생으로, 만 21세의 나이에 SBS 최연소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뛰어난 언변과 주목받는 외모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SNS 논란과 드라마 대본 유출 사건 등 여러 구설에 오르며 예상보다 이른 퇴사를 맞이했다. 입사 3년 만에 방송국을 떠나면서 그녀는 학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를 밝혔고,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용히 자신의 삶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정상에 올랐던 그였기에, 내려오는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의외로 비쳤다. 그러나 그 선택은 단순한 도피가 아닌, 몸과 마음이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그녀는 한 방송에서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걸 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더라”고 고백했다.

임신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열정의 대가
김수민은 결혼 이후 두 아이를 출산했고, 특히 둘째 임신 시기에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며 극한의 체력을 소모했다. 2021년부터 무려 4번의 LEET 시험에 도전했고, 결국 미국 UCLA 법대의 비전공자 코스인 MLS 과정에 합격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시험과 육아를 병행하던 어느 날, 김수민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다며 방송에서 “손으로 쓸어내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그제야 내가 탈진에 가까운 상태라는 걸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상이 ‘산후 탈모’와 ‘번아웃 증후군’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여성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탈모, 면역력 저하, 심하면 우울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연소 타이틀 뒤에 숨은 고립감과 부담
아나운서 시절 김수민은 ‘최연소’라는 수식어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압박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입사 전후로 불거진 SNS 관련 논란은 그녀를 매일같이 실검에 오르게 만들었고, 대중의 시선은 점점 따갑게 바뀌었다. 당시 그녀는 스스로를 “제어할 줄 몰랐던 철없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하며, 그런 시기를 지나며 무너졌던 자존감을 다시 쌓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조기에 높은 위치에 오른 청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매우 흔하다. 비교와 비난, 기대 속에서 자존감이 붕괴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하며, 김수민 사례 역시 정신건강의 경고등이 켜졌던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생, 그리고 작가
김수민은 결혼 후 검사인 남편과의 삶, 두 아이와의 일상, 그리고 학업까지 병행하며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왔다. 두 자녀 모두 자신의 성(김)을 따르게 했다는 사실도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 배경엔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두 권의 에세이를 출간하며 작가로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육아와 번아웃, 자존감 회복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글들은 또래 여성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한 문장에서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시험지를 외우고, 머리를 말리면서 원고를 쓰는 날들이 반복됐다. 그래도 하고 싶었다”는 고백은, 단순한 성취보다 자기 회복의 과정이었다.

건강한 도전과 진짜 회복을 말하는 시대의 얼굴
김수민은 여전히 방송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2년 MBN 예능 <아!나 프리해>로 복귀해 밝고 경쾌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고, 이후 브이로그나 인터뷰 등을 통해 조금씩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번아웃과 탈모, 수면 부족과 육아 스트레스 등을 솔직하게 밝히면서 ‘여자 아나운서’라는 이미지 이상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한순간에 정상에 오르고, 추락하고, 다시 걸어 올라가는 경험을 통해 말 그대로 ‘회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을 먼저 돌아보고 주변과 나누는 일임을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지 성공 때문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는 그 여정이 너무도 솔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