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는 대한민국 세단 시장의 대표 주자다. 특히 준대형 세단이라는 포지션에서 월평균 6천 대라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기아 K8은 그보다 훨씬 적은 월 2천 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8 차주들 사이에선 ‘묘한 자부심’이 흘러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랜저에는 없는, K8만의 장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가격 대비 성능이다. K8 하이브리드는 4,206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고 출력은 235마력이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4,267만 원에 230마력. 60만 원 이상 저렴하면서 출력은 더 높다. 단순한 수치 차이지만, 이로 인해 “더 싸고 더 강한 차”라는 명분이 생긴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려 중이라면, 이 비교는 꽤 설득력이 있다.
두 번째는 ‘지능형 헤드램프(IFS)’ 기능이다. 이 기능은 야간 주행 시 상향등을 유지하면서도, 맞은편 차량에 눈부심을 주지 않도록 빛을 자동 조절해준다. 기존 오토 하이빔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교하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체감 효과가 큰 고급 옵션이다. 이 기능은 K8에만 있고, 그랜저에는 없다. 야간 운전을 자주 하는 운전자라면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세 번째는 듀얼 무선 충전 패드다. K8은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무선으로 스마트폰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반면 그랜저는 싱글 패드만 제공한다. 패밀리카이자 동승자 활용도가 높은 차량 특성을 고려하면, K8의 듀얼 패드는 실용성과 배려 측면에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발열과 충전 속도에 대한 피드백은 여전히 개선 과제다.
결국 K8은 단지 그랜저의 저렴한 대안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나 중고차 가치에선 밀릴지 몰라도, 일부 옵션과 사양 면에서는 오히려 더 앞선 부분도 있다. 판매량과 인기 외에도, K8을 선택한 사람만이 아는 만족의 포인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랜저에 가려진 K8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런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