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염색체 논란’ 칼리프, 여자 복싱 4강 진출 ... 알제리 대회 첫 메달
알제리 여자 복싱 국가대표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가 ‘성 염색체 논란’ 속에 파리 올림픽 동메달을 확보했다.
4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8강전에서 칼리프는 언너 루처 허모리(23·헝가리)에게 5대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뒀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모든 선수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칼리프가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알제리는 이번 파리 올림픽 첫 메달이자, 역대 올림픽 여자 복싱 종목 첫 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여자 복싱 종목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처음 도입됐다.
칼리프는 여자 복싱 57㎏급 린위팅(29·대만)과 함께 이번 대회 ‘뜨거운 감자’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칼리프와 린위팅에게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실격 처분을 내렸지만,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IBA는 지난해 승부조작 등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이번 올림픽 복싱은 IOC 산하 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관장한다.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16강전에서 칼리프와 맞붙었던 안젤라 카리니(26·이탈리아)가 주먹을 맞고 46초 만에 기권하며 성별 논란이 다시 일자, IOC는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며 “문제 될 것이 없고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옹호에 나서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두 선수는 명확히 여자 선수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칼리프의 8강 상대였던 허모리는 경기를 앞두고 뿔 달린 근육질 괴물과 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 함께 있는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칼리프를 괴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 “칼리프를 존중하고, 나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은 칼리프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싸웠고, 지금 상황이 나의 올림픽을 망가뜨리지 않았다”고 했다.
칼리프는 2022년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차지한 정상급 복서로, 이번 올림픽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선 준결승에 올라 승리했지만, 성별 논란으로 실격 처분을 받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시 준결승 상대였던 태국 잔자엠 수완나펭(24)과 오는 7일(한국 시각) 올림픽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수완나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칼리프의 실격으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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