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합병(M&A) 시 기업 가치를 매길 때 핵심이 되는 지표가 EBITDA인 만큼, 경영권 매각을 앞둔 프리드라이프로서는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상조 회사가 없어 시가를 따져볼 만한 비교군이 마땅치 않은 데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조 사업 구조 탓에 프리드라이프의 제값이 얼마인지를 둘러싼 물음표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프리드라이프의 지난해 EBITDA는 1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1% 늘며,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73.8% 급증하며 3배 가까이 성장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고 싶을 때 활용하는 지표다.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의 지출과 과거 투자에 따른 유·무형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프리드라이프의 EBITDA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기업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사이자 프리드라이프의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는 최근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웅진을 선정했다.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가 매각 대상이다. 양측은 5월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대금은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이처럼 프리드라이프의 몸값 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타이밍에 그 기준이 되는 EBITDA가 새 이정표를 세우며 VIG파트너스 측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인수합병 거래 시 EBITDA는 중요 잣대로 쓰인다.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몸값이 EBITDA 대비 몇 배 정도인지를 살펴보며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프리드라이프의 매각가는 최소 9000억원대에서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가 염두에 둔 프리드라이프의 기업 가치도 1조원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지난해 7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2000억원에 넘긴 게 이런 추산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는 비교 대상으로 삼을 만한 기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조 업체가 전무한 탓이다. 상조 회사의 시가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프리드라이프의 가치가 1조원이라고 하면 EBITDA 대비 10배에 가까운 멀티플 배수를 적용해야 하는데, 상장 상조사가 없다 보니 확신이 힘든 실정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처럼 고객이 선수금을 미리 내고 미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 사업 방식 자체가 워낙 특이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업이란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케이스를 보면 상조 서비스는 주로 보험 업계에서 다뤄진다. 장례 보험과 프리니드 보험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국내의 선불식 상조와 유사한 건 프리니드 보험이다. 계약자가 특정 장례식장과 장례용품, 서비스를 사전에 정한 후 사고 발생 시 약정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보험 상품이다.
하지만 회계 처리 측면에서는 아예 다른 상품이다. 프리니드 보험은 사망 이후 가입자의 납입 의무가 없지만, 우리나라의 선불식 상조는 사망 시에도 미납한 약정 금액을 모두 내야 한다. 이와 맞물려 국내 상조 회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아둔 선수금은 일단 장기 부채로 잡히고, 사망이 발생해 서비스가 이뤄져야 비로소 매출로 전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속한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국내 최대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의 성장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대조군 기업과 유사 사례를 모두 찾기 힘든 만큼 매각가 산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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