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외도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오랫동안 쌓인 사소한 일들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상담 전문가 이호선 교수는 부부관계에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여러 방송과 강연에서 이야기해왔습니다. 이러한 상담 관점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남편이 결혼생활에서 마음을 닫게 되는 데에는 몇 가지 반복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3위. 집에 들어갈 때마다 잘못한 일부터 지적받는 관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반가운 인사보다 지적이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발을 왜 그렇게 벗어놓았는지, 물건은 왜 제자리에 두지 않았는지 같은 말들이 반복됩니다. 물론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잘못된 행동은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잘한 일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실수만 계속 지적하면 집에서도 긴장을 풀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상대의 행동을 고쳐주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간섭하면 부부 사이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 수 있습니다.

2위. 다른 남편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관계
친구 남편은 은퇴 후에도 돈을 잘 번다거나 옆집 남편은 집안일을 알아서 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극을 받아 더 잘하라는 뜻으로 한 말일 수 있지만 비교가 계속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상황이나 건강이 달라지는 중년 이후에는 이런 말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비교는 상대를 변화시키기보다 자신을 방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1위. 사람들 앞에서 남편을 무능한 사람으로 만드는 관계
남편이 가장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순간 중 하나는 배우자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약점을 웃음거리로 만들 때입니다. 친구 부부가 모인 자리에서 남편의 수입이나 실수를 이야기하고 자식들 앞에서 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가장 가까운 배우자가 자신의 체면을 무너뜨리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집안의 사정을 잘 아는 배우자가 오래된 실수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면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부부 사이에 솔직한 대화가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까 봐 속마음을 감추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고 배우자와 감정을 나누는 일도 피하게 됩니다. 물론 남편 역시 아내를 다른 사람 앞에서 무시하거나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부부가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그만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부부관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며 외도와 폭력, 경제적인 갈등처럼 심각한 문제도 존재합니다. 다만 오랜 결혼생활에서는 반복되는 무시와 비난이 관계를 서서히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가장 함부로 말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의 체면을 지켜주고 어려운 이야기는 둘만의 공간에서 나누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부부는 한 번도 다투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존엄을 지켜주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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