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통해 돈 달래"… 김만배 육성이 증거 인정 안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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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대장동 일당'의 대화 녹음파일 속에 담겼다.
재판부는 이 녹음파일이 '김씨가 정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만 효력이 있을 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순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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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며칠 전에도 2000만원.” (2020년 4월 4일 김만배씨가 정영학 씨에게 한 말로 녹음된 것)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대장동 일당’의 대화 녹음파일 속에 담겼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轉聞)진술’을 인정하지 않는 법리에 따라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전날 선고한 곽 전 의원의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효력(증거능력)과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히는 회계사 정영학씨의 녹음파일에서 위 발언은 김만배씨가 정씨에게 전한 말이다.
다음 내용은 “그래서 ‘뭘? 아버지가 뭐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어떻게 하실건지’ 그래서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로 이어진다.
이는 김씨가 곽병채씨와 나눈 대화를 정씨에게 전한 것으로, 이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곽 전 의원은 아들을 통해 김씨에게 수상한 돈을 요구한 것이 된다.
재판부는 이 녹음파일이 ‘김씨가 정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만 효력이 있을 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정씨에게 전달한 곽병채씨와의 대화 내용이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전문진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은 전문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려면 원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전문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증명돼야 한다고 정한다.
그런데 곽병채씨 본인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한 만큼 그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김만배씨의 말은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씨는 재판에서 “정씨와 대화하면서 이같은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곽병채와 그런 (곽 전 의원이 돈을 요구한다는) 대화를 한 일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곽병채씨도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요구한 일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같은 판단은 향후 대장동 사건의 본류인 배임 혐의 재판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곽 전 의원의 뇌물 수수를 인정하지 않은 형사합의22부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 정씨, 남욱, 정민용씨 등의 배임 사건도 심리하고 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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