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신탁, '현대자산운용 매각' 난항 전망 나오는 이유는 [넘버스]
부동산신탁 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고 자회사뿐 아니라 대주주 지분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 중 매각을 계획 중인 현대자산운용을 놓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궁화신탁에 인수된 후 실적부진과 물류센터 고가 매입, 고가의 투자 유치 등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갭(기업가치 차이)이 커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3일 IB 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내부에서 현대자산운용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무궁화신탁이 가진 현대자산운용 지분 72.1%다.
무궁화신탁은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케이리츠투자운용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뒤 현대자산운용 처분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케이리츠운용은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시행해 3~4곳의 원매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상황이다. [관련 기사:본지 '케이리츠운용 매각 예비입찰 마감…건설사·물류사 3~4곳 참여']
현대자산운용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키스톤PE가 보유하던 곳으로 지난 2020년 무궁화신탁이 인수했다. 당시 거래 규모는 지분 전량 기준 692억원이었다. 2019년 말 자본총계(331억원)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2.1배가 적용됐다.
현재 매도 측은 현대자산운용 매각가로 9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PBR 대비 3배 수준이다. 매도 측은 과거 투자유치 과정에서 적용된 밸류에이션을 기점으로 현대자산운용의 희망매각가를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당시 현대자산운용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보광종합건설사 계열사인 골드디움은 30만주(당시 지분율 4.8%)를 50억원에 인수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약 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자산운용 매각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매각가격에 대한 시각차가 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현대자산운용의 자본총계는 331억원 규모다. 이는 무궁화신탁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의 자본 규모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통상 매물로 나온 종합자산운용사가 PBR 1.5~2배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측의 희망매각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실적도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현대자산운용은 2020년 무궁화신탁에 인수된 뒤 같은 해 별도기준 영업수익(매출) 213억원을 거뒀다. 이후의 연도별 영업수익은 2021년 378억원, 2022년 425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영업수익이 20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020년 13억원이던 별도기준 순이익은 2021년 -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22년에는 14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다시 -69억원으로 손실을 냈다.
실적부진뿐 아니라 물류센터 투자건도 매각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현대자산운용이 물류센터를 고가로 인수해 매수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자산운용은 코로나19에 따른 물류센터의 업사이드(추가 상승 여력)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자산운용은 2022년 경기 이천시 덕평 CJ물류센터를 1300억원에 인수했다. 회사는 이 물류센터 매입과 향후 신규 개발사업을 위해 올 1월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덕평물류밸류애드PFV를 설립했다. 이때 KB국민은행, 롯데캐피탈로부터 선순위 766억원,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후순위 584억원 등 총 130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체결해 매입자금을 조달했다.
올해에도 롯데경인양행물류센터를 700억원 초반대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물류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칭)를 설립해 에쿼티 316억원, 론 405억원 등의 조달구조를 짠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산운용이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과거 물류센터를 비싸게 인수했다”며 “외부 투자도 유치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물류센터 사업 자체도 최근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발 물류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물류센터 자산 매물이 끊이지 않고 자산가치도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에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물류센터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물류센터 자산 매물도 적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산운용은 올 6월 말 기준 전체 8조2786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로 주로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부동산 관련 운용자산은 2조126억원으로 전체의 24.3%를 차지한다.
현대자산운용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증권이 2008년에 설립했지만 2017년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현 KB증권)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키스톤PE에 매각됐다. 이후 무궁화신탁이 2020년 키스톤PE로부터 현대자산운용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무궁화신탁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고 대주주 지분과 자회사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무궁화신탁의 올 9월 말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집계됐다. 신탁업자의 NCR이 150%를 밑돌면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권고 대상에 해당된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