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깎아줄게”…잡초 무성한 강남 금싸라기 땅이 놀고 있는 사연
교대역·강남역 땅도 매물로
23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일대 면적 2976㎡의 토지가 공매로 나왔지만 지난 21일 유찰됐다. 지난 7일에 이어 재유찰이 이뤄지면서 최저입찰가만 305억원 가량이 떨어졌다. 강남구 신사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등 여러 호재를 뒀음에도 좀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부지는 부동산이 급등하던 2020년 12월 중견 디벨로퍼 리드건설이 ‘신사역 역세권 복합개발PFV 주식회사’를 통해 오피스텔 건립을 목적으로 구입한 부지다. 이들은 일부 부지를 오피스로 변경해 인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4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조건부 심의 의결까지 받으며 착공 준비는 순조롭게 되어 가는 듯 했다.
부지에는 지하9층~지상14층의 건물이 지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목을 잡은 건 금리였다. 토지 매입 후 고금리와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건축비 조달을 위한 PF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토지 매입과 초기 운영비를 위해 조달했던 브릿지론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4번이나 만기를 연장하며 버텼지만 이자 부담이 커져만 갔다.
인건비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급등한 시공비도 원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지난해 127.90, 올해 7월 129.96으로 4년여간 30% 가량 증가했다. 강남 상권의 경기 악화로 분양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이 같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따랐다.
시장에 나온 이 부지는 ‘알짜 부지’란 세간의 평가에도 매각이 어려웠다. 타 신사역 인근 부지와 달리 일반상업지역와 용적률 제한이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이 섞여 있어 사업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9층’이라는 파격 설계도도 시공사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부동산 신탁 업계 관계자는 “이자를 못 내거나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공매를 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무수히 많다”며 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베이비스텝(0.25%p 인하)을 결정했다. 오피스텔·상업용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당분간은 뚜렷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부동산PF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매수자가) 이런 상황에서 (입찰가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를 했기 때문에 유찰이 된 것”이라며 “가격이 많이 낮아져도 공사 비용이 예상보다 올라 사업성 등을 따졌을 때 관망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 정도(0.25%p) 갖고 (매매 시장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금리가 더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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