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모드’만 믿고 있다면 오히려 세균 옮길 수도

여름은 땀에 젖은 옷과 수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세탁기에 넣게 되는 계절이다. 그런데 평소 알고 있던 세탁 습관이 오히려 세균과 박테리아를 퍼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부분의 세탁기는 기본값이 ‘표준 모드’로 설정돼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설정을 그대로 쓰지만, 실제로는 살균 효과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런던대학병원 감염병 전문의 크리스 반 툴레켄은 BBC 방송을 통해 가정용 세탁기의 ‘물 온도’를 언급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책 ‘초가공식품’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세탁기 ‘표준 모드’가 무의미한 이유

가정용 세탁기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준 모드는 대부분 물 온도 40도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툴레켄은 이 온도를 “의미 없는 중간 온도”라고 잘라 말했다. 이 온도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살균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에 비해 에너지만 낭비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언급하며 “가족 중 감염병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60도 이상의 온도로 세탁해야 살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의 세탁기는 최대 90도까지 설정할 수 있지만, 고온에서는 옷감 손상이 생기기 쉬워 자주 사용하긴 어렵다.
툴레켄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두 가지 온도를 제안했다. 아주 높은 온도 또는 아예 찬물. 미지근한 물은 살균도 안 되고, 비용 절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나도 운동복을 제외한 세탁물은 대부분 20도로 세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찬물로 세탁할 때는 반드시 찬물 전용 세제를 써야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 온도만큼 중요한 ‘세탁기 청소’

물 온도 외에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세탁기 청소'다. 습기와 이물질이 자주 끼는 구조상, 정기적인 청소 없이는 세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세탁기 내부에 남은 수분이나 세제 찌꺼기, 고무 패킹에 낀 머리카락 등은 세균 번식의 원인이 된다.
세탁이 끝난 직후에는 세탁조 문과 세제 통을 열어 내부를 건조시킨다. 세제 통은 일주일에 한 번씩 완전히 분리해 미지근한 물에 적신 칫솔로 닦아낸다. 남아 있는 세제 찌꺼기와 섬유유연제는 세균의 서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무 패킹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달에 한 번은 산소계 표백제로 닦고, 문을 열어 물기를 충분히 말린다. 세탁하면서 생긴 보푸라기, 먼지, 머리카락 등이 여기에 쌓이기 쉽다.
세탁조는 통 살균 모드를 사용해, 한 달에 1~2회 청소한다. 이때 사용하는 세탁조 클리너는 산소계 성분이어야 하며, 제품에 표시된 사용량과 방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염소계나 산성 성분 제품은 세탁조를 부식시키거나 변색시킬 수 있다.
배수 필터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수펌프 거름망은 내부에 고인 이물질과 냄새의 원인을 제거한다. 주기적으로 분리해 세척하면, 세탁기를 더욱 오래 쓸 수 있다.
올바른 세탁 습관 알아둬야

물 온도와 세탁기 청소만큼이나 중요한 건 세탁 습관이다. 수건처럼 습기를 많이 머금는 직물은 주기적으로 고온 세탁을 해주는 것이 좋다. 외출 후 입은 옷이나 땀에 젖은 운동복은 찬물만으로는 살균이 어렵기 때문에 60도 이상으로 세탁하는 편이 낫다.
또한 세탁물은 세탁기 안에 오래 두지 않고, 세탁이 끝나자마자 꺼내야 한다. 젖은 채로 방치된 빨래는 악취뿐 아니라 곰팡이와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빨래를 꺼낸 후 세탁조를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세탁기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여름의 습기와 고온은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세탁기 안의 보이지 않는 위생 문제가 옷을 통해 다시 몸에 닿을 수 있다. 세탁기를 아무리 자주 돌려도 살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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