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주 전부터 남편이 새벽 다섯 시면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제가 깰까 봐 발소리까지 죽이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습니다.아침에 물어보면 남편은 그냥 바람 쐬고 왔다고만 했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저는 어느 새벽 남편의 뒤를 따라가 보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버렸습니다.

새벽 다섯 시의 현관문
남편은 새벽마다 옷을 챙겨 입고 살금살금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면 조용히 돌아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누웠습니다. 저는 자는 척하며 그 소리를 몇 주째 듣고 있었습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남편보다 먼저 옷을 입고 기다렸습니다.

골목 끝 작은 빵집
남편은 어두운 골목을 지나 동네 끝에 있는 작은 빵집 앞에 섰습니다.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가게 앞에서 남편은 손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남편은 갓 나온 단팥빵 하나를 받아 들고 품에 넣었습니다. 그 빵은 제가 젊을 때 가장 좋아하던 빵이었습니다. 저는 골목 모퉁이에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지킨 아침
집에 돌아온 남편은 빵을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동안 아침마다 식탁에 놓여 있던 빵이 모두 남편이 새벽에 사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네 빵집에서 배달해 주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남편은 갓 구운 빵을 먹을 때 제 표정이 제일 좋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남편과 마주 앉아 처음으로 빵을 반으로 나눠 먹었습니다.

오래 함께 산 배우자의 배려는 너무 조용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남편의 새벽 외출은 아내의 아침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오늘은 매일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 뒤에 숨은 마음을 한번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고마운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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