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생명, 종신보험과 요양사업 결합 통해 노리는 것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요양사업에 진출한 KB라이프생명이 자사 종신보험 상품에 요양 서비스를 결합한 신상품을 선보였다. 침체된 종신보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
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오는 17일 종신보험 상품에 요양시설 입소 우선권을 탑재한 'KB 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을 출시한다. 기존 종신보험 상품과 달리 요양원 입소 우선권을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탑재해 장기요양등급 판정 시 요양원에 보다 빠르게 입소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른 1인가구 증가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노후생활자금 또는 장기요양 시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KB라이프생명이 요양사업 서비스와의 결합 상품을 적극 추진한 것도 이런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 크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놀이공원의 우선 탑승권을 벤치마킹해 국내 산업 상황에 맞췄다"며 "판매량에 따른 요양원 Capa(필요 공급량)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소 우선권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달 30일까지 1000건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부가서비스를 탑재한다"며 "이번 입소 우선권은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내년 이후 개소 예정인 은평, 광교, 강동 빌리지부터 이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종신보험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형태라 남겨진 가족의 생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장기요양이 필요한데 생활비를 충당할 여유가 되지 않을 경우 사망보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늘어나는 고령 인구에 비해 좋은 시설을 갖춘 요양원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요양시설 시장은 개인사업자가 75.7%를 차지하고 있는데 기관 등급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으며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지역별 공급편차도 심해 토지 및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요양시설 충족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부지 및 시설 비용 등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족률을 하루 아침에 높이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보험사의 활발한 요양사업 진출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요양사업에 진출했거나 모색 중인 생명보험사는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삼성생명 등이다. 이중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하며 2025년까지 노인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경기도 하남에 부지 매입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농협생명은 이달들어 신사업추진단을 통해 요양 세부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KB라이프생명에게는 상당한 경쟁력이다. 이미 구축해놓은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의 시설을 활용해 상품의 차별화와 시장 선점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입장에서도 KB라이프생명을 통한 꾸준한 입소자 유입은 요양시설의 운용 실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보험상품 판매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추가 시설을 확보하고 및 인력,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KB골든라이프케어의 질적, 양적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한편 KB라이프생명은 이번 입소 우선권 부가서비스와 관련, 사후적‧금전적 보장의 한계를 넘어 사전적‧비금전적 서비스를 활용해 종신보험의 방향성을 제시한 점을 들며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