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이 만난 사람] 윤찬식 주파라과이 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인천, 물류·교통·관광 무한한 잠재성 갖춰”

[인천은 허브도시…지구의 중심]
GCF·GGGI 등 국제기구 자리 잡아
재외동포청, 다양·개방·포용성 품어
지리·지정·지경학적 선도 역할 전망
글로벌 표준 선도도시 더욱 발전하길

[파라과이, 전략적 파트너 국가]
한인 25만명 거쳐 간 남미 이민 교두보
동포사회 강력한 역할 더욱 높아질것
보건의료·공공행정 등 국제협력 기대

▲ 파라과이는 한인 25만여명이 거쳐간 남미 이민의 교두보이다. 윤 대사는 “보건의료, 공공행정, 교통, 지역개발 분야 등에서 전략적 파트너 국가”라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하늘과 바다의 길목이 조화롭게 겹친 도시는 많지 않지만 인천은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을 두고 있습니다. 중동 두바이, 유럽 로테르담과 이스탄불, 미국 뉴욕을 능가하는 물류, 교통, 관광의 무한한 잠재성을 고루 갖춘 도시입니다.”

윤찬식 주파라과이 대한민국 대사는 “인천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이 교차하는 전략적 허브 도시”로서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제기구가 자리를 잡은 만큼 국제·지역·다자기구들을 더욱 유치해 다양성·개방성·포용성을 나타내는 지구의 중심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2024년도 재외공관장회의를 앞둔 18일 인하대와 인하대병원을 방문해 이른바 '리퀴드 폴리탄(유연한 도시)'과 관련된 국제협력 방안을 타진했다. 이날 오후 인하대 교정에서 그를 만나 파라과이의 이민과 교포생활, 재외동포청 인천의 교류 방안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 윤 대사는 “재외동포청은 외교·문화적 자산인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지리·지정·지경학적 선도도시 인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따르면 인구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매력적인 도시와 지역공동체 육성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면서 “유동인구, 관계 인구를 대폭 증가시켜 도시의 활력과 발전에너지를 확충해 나갈 '리퀴드 폴리탄(liquid politan)'의 추세와 함께 인천의 글로벌 입지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세계 80억 인류와의 교류협력에 있는 만큼 지리·지정·지경학적 선도도시 인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소중한 외교·문화적 자산이고 글로벌 네트워크인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인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한인 디아스포라는 대한민국의 국격이며 국력을 널리 비추는 거울”이라면서 “재외동포청은 750만 재외동포들의 소통 채널로서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둥지와 같다”고 강조했다.

윤 대사는 “재외동포청은 지구 대륙과 해양을 향한 전방위적이고 사통팔달의 프런티어 정신과 기회가 담겨 있는 곳”이라며 “인천이 가장 적합한 도시로서 동서양을 연결하며 천년 왕국 동로마제국과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처럼 역동성을 가지고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라과이는 한인의 남미 이민 교두보였다. 1965년 농업이민으로 시작된 한인 이민은 내년 이민 6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 한인교포는 5000여명에 이른다.

윤 대사는 “한인 25만여명이 거쳐 간 파라과이의 이민 역사를 재평가할 시점”이라며 “파라과이 우리 동포사회는 양국을 잇는 문화적 가교로서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사회를 이끄는 욜란다 박 방송인, 구스타보 구 기업인 등이 파라과이 주류사회에 진출해 있다”면서 “앞으로 변호사, 의사, 기업인 등 전문인협회를 통해 우리 동포사회의 체계적이고 강력한 역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사는 파라과이의 특징을 '푸른 하늘, 녹색 자연, 선한 민족성'이라고 소개했다. 키워드로 '내륙국가, 평화국가, 지정학, 농업국가, 젊은 국가, 청정국가, 쌍둥이 댐 국가' 등을 열거했다. 그는 “파라과이 인구는 610만여명이지만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2배 정도로 독일, 영국, 일본, 이탈리아보다도 크며, 남미 대륙의 심장으로 상징된다”고 소개했다.

또 “중남미 이웃 국가들과는 다르게 10-10-10 정책(개인소득세 10%, 법인세 10%, 부가가치세 10%)으로 견실한 경제 기반을 유지하는 등 무디스를 비롯한 3대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도 안정적(Stable)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경제전문가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이 취임했다. 페냐 대통령은 재무장관 시절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현재 투자유치, 제조업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부패 척결, 규제 혁파를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륙횡단교통망(Bi-Oceanic 도로) 인프라 사업은 파라과이의 메가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파라과이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윤 대사는 “파라과이는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 대상국이고, 특히 보건의료, 공공행정, 교통, 지역개발 등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 국가”라면서 “우리나라의 경험과 지식, 기술, 혁신 등을 공유하는 매우 가까운 관계의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한국임업진흥원(KOFPI) 사무소, 파라과이 대한민국학교, 한국교육원, 도로공사, 한글학교 등이 열정적으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100% 청정 수력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파라과이와 다면적인 녹색협력도 매우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천은 15개국 22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한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의 멕시코, 파나마가 협력 국가이다.

윤 대사는 “파라과이와는 지리적 거리와 비용 등을 감안해 국비유학생 유치 등 교육협력 분야와 우리 청년들의 해외 파견 등 인적자본을 키우는 협력이 현실성이 있다”면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는 6억 인구의 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제 영토가 될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 볼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해 안보 외교, 경제·민생 외교, 지방외교 강화를 위한 광역단체장과의 대화, 국민소통·첨단 기술현장 견학, 안보정세 분석, 경제 5단체와의 간담회, 재외동포청과의 대화 등의 일정을 가졌다.

윤 대사는 “경제, 안보, 기술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융복합돼 굴러가는 세계가 됐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미중 패권 경쟁 등 격변하는 지정학적 복합 위기 속에서 우리 외교의 전열을 정비하고, G7+를 지향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적 고민과 토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26일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사·총영사·분관장 등 공관장 180여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는 한글학교 한국어 교사 파견, 입양인 보호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사는 외교 다변화와 전방위 외교를 주장해 오면서 아프리카와 저개발 중남미 지역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은 지리·문화·역사·종교·여행 등의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주변 4강 등과 같은 특정 국가와 지역에 편중된 외교는 제한된 선택지로 인해 국익을 놓치고 위기에 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심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있기 때문에 그런 중심을 꿰뚫어보고 만드는 것이 전략이고 혁신이 된다”며 “벽은 곧 길이듯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개발협력 등 우리의 전략적 접근이 더욱 정교해져야 함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세계의 국가들 중 한국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면서 “올해 우리 정부의 개발협력 예산이 6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액되었는데 이는 국제사회에의 기여와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이어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했다”면서 “이는 1964년 국제기구가 만들어진 뒤 처음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바야흐로 규범기반 국제질서, 가치기반 연대 등 가치외교와 실용외교의 변증법적 접근을 강화하는 국제사회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의 국력과 국격의 눈부신 발전을 외교 일선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고, 또 우리나라가 글로벌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고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세계와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세계는 기후위기, 인구절벽, 전염병,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가능성 등 인류의 복합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열리면서 역사의 종말과 같은 위기를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윤 대사는 “현재의 합계출산율 추세라면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엄청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비관보다는 우리의 집단지성으로 미래 세대들을 위해 낙관적 변화를 물려주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위기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윤 대사는 “글로벌 한국인의 자산과 유전자는 역동성”이라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국가지수에서 블룸버그 혁신지수 1위, 개방정부 1위 등 톱10에 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연구개발(2위), 바이오의약품 수출(2위), 특허출원(4위), 소프트 파워(Monocle 4위, ISSF 8위), 제조업 부가가치(5위), 국방력(5위), 수출(6위), Fortune 글로벌 500 기업(7위), 무역규모(9위), 유엔분담금(9위), 우수한 경제력(WB 및 UN, 10위권), 일본보다 앞서는 신용등급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국가라고 진단했다.

“BTS나 넷플릭스 등에서의 영화, 드라마 등 K-컬처 현상은 한국을 넘어 보편적 문화가 됐습니다. 한국의 발전 이미지에 맞도록 인천이 글로벌 표준 선도도시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응원합니다.”

/김형수 주필 khs@incheonilbo.com


윤찬식 주파라과이 대사는

△인천고∙인하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스페인 마드리드카를로스3세대학교∙영국 에식스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 합격
△주칠레∙주멕시코∙주시애틀∙주아르헨티나 대한민국대사관 1등서기관, 영사, 공사참사관 근무
△외교통상부 중미카리브과 과장
△외교부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중남미국∙재외동포영사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파견) 근무
△2018. 4 주코스타리카공화국 대사
△현재 주파라과이대한민국대사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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