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

도로 쪽에서 보면 집이 살짝 뒤로 물러나 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앞마당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 차량과 오토바이가 함께 들어간다. 외부 현관과 내부 현관이 이어지는 구조라 집에 들어오는 과정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머리 위로는 천창이 열려 있어 시간에 따라 빛이 떨어지고, 바닥과 벽에 그림자가 겹치며 입구 공간을 하나의 장면처럼 만든다. 격자 벽돌과 무늬 유리는 시선을 적당히 걸러내면서도 완전히 막지는 않는다. 오래된 사과꽃 무늬 유리가 자연스럽게 섞이며, 새 집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가 남는다.
거실

거실은 들어오자마자 확 트이는 대신, 보와 기둥이 만들어내는 구획 안에서 천천히 펼쳐진다. 공간을 나누는 구조물이지만 오히려 시선을 이끄는 요소로 작동한다. 나무 톤이 중심을 잡고, 바닥과 벽의 질감이 이어지면서 집 전체의 온도를 맞춘다.

TV 벽을 없애고 브래킷으로 처리한 선택이 공간을 훨씬 가볍게 만든다. 대신 창이 중심이 된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빛의 방향이 거실 분위기를 계속 바꾼다. 수납은 바닥에 낮게 깔아 공간의 폭을 넓혀 보이게 하고, 생활감은 자연스럽게 숨긴다.
주방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은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벽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리대와 아일랜드만으로 영역을 구분했다. L자형 조리대와 아일랜드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U자형 동선이 만들어진다. 움직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주방에 서 있으면 거실과 다이닝룸, 그리고 뒤쪽 공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보이는 구조다. 계단 아래 남던 공간은 수납으로 채워 넣어 동선은 넓히고 기능은 놓치지 않았다.
다이닝룸

주방 바로 옆에 이어진 다이닝룸은 별도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시야가 트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집에서는 식사 공간도 하나의 흐름 안에 들어간다. 앉아 있으면 거실 쪽 빛과 주방 쪽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진다. 가족이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을 유지하게 만든다.
욕실과 뒷마당

집 뒤쪽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욕실이 뒷마당과 직접 연결되면서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다. 외부 세면대가 따로 있어 손을 씻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반옥외 형태의 발코니는 바람이 통하면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

바닥은 통기성 있는 타일로 마감해 반려견이 뛰어놀기에 부담이 없다. 주방에서 이 공간이 바로 보이도록 창을 내어, 요리를 하면서도 반려견의 움직임을 계속 확인할 수 있다.
마스터 침실

2층으로 올라가면 공간의 결이 한층 차분해진다. 클래식한 몰딩과 헤링본 마루가 중심을 잡고, 나무 블라인드가 빛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발코니와 연결된 구조라 빛이 한 방향에서만 들어오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퍼진다.

창밖 풍경까지 자연스럽게 실내로 끌어들여, 방 안에서도 바깥의 변화가 느껴진다. 소파를 둔 작은 휴식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단순한 침실 이상의 역할을 한다.
드레스룸

침실 양쪽으로 나뉜 드레스룸은 슬라이딩 도어로 구분된다.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시간대가 다른 생활을 고려해 분리와 연결을 동시에 잡은 구조다. 유리 도어를 닫아도 빛은 그대로 통과해 공간이 막히지 않는다.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패널 마감이 시각적으로 길게 연결되면서 집 전체 디자인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스터 욕실

욕실은 세면대를 중심으로 공간이 나뉜다. 한쪽은 변기, 다른 한쪽은 샤워 공간으로 구분되어 사용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입구 쪽에는 옷장 깊이를 활용한 완충 공간을 두어 내부가 바로 드러나지 않게 했다. 벽면에는 필요한 만큼만 수납을 넣어 공간이 답답해지지 않도록 조절했다.
딸 방

3층에 위치한 딸 방은 집 안에서 가장 분위기가 다른 공간이다. 경사진 천장을 그대로 살려 다락 같은 느낌을 만들고, 그 아래를 크림 톤으로 채워 부드럽게 정리했다. 나무 결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가구와 아치형 디테일이 공간을 감싸듯 이어진다.

발코니는 실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인조 잔디를 깔아 맨발로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하루 종일 변하면서 방의 분위기를 계속 바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