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플레이스’와 ‘컬리’의 재무제표에서 읽는 '생존의 숫자'

[재무제표 읽기] 플랫폼 스타트업의 안간힘

가구·인테리어 회사 ‘오늘의집’ ㈜버킷플레이스’와 신선식품 커머스 컬리는 겉으로는 유통업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터넷 정보 유통 플랫폼이다.

이들 스타트업이 그려 온 2024년 재무제표는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숫자’가 엿보인다. 사업을 출범한지 10년이 넘는 두 기업의 공통점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현실을 체감해 보자.

'오늘의집' 앱. / 버킷플레이스

플랫폼 기업은 언제나 빠르게 자란다. 플랫폼은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을 연결하고,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한다.

투자자들이 플랫폼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고객이 몰리면 비용은 지수적으로 줄고, 수익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실제로 컬리는 2015년 174억 원에서 10년만에 2조 1956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 오늘의집 ㈜버킷플레이스도 마찬가지다. 2018년 7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2880억 원으로 40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실상은 ‘아슬아슬’하다. 소비자들이 더 많이 플랫폼 서비스(무료)를 이용할수록 회사는 마케팅비와 물류비를 부담해야 한다. 즉 타사의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성장은 곧 출혈이다.

찬란한 컬리 매출액 증가 숫자 속에는 약 2조 원의 결손금이 쌓이고 있었다. 컬리의 매출액 상승 그래프가 높아질수록 적자가 깊어 갔는데 그래도 컬리가 망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컬리의 미래를 믿는 투자자, 그들이 없었다면 컬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익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노력의 결실은 2024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컬리는 영업적자를 천억 원대에서 -183억 원 수준으로 낮췄고, 버킷플레이스는 약 6억 원의 흑자 전환을 이룬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10년을 훌쩍 넘겨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맛봤다. 전년까지 -19억 원에 달했던 적자를 180도 뒤집은 성과였다. 매출은 2879억원으로 1년 새 22.3% 증가했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판촉비의 안정이다. 한 때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던 광고비가 제어되면서, 실질적인 당기순이익 52억 원을 손익계산서에 기록한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2023년 말까지 버킷플레이스는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안고 있는데, 2024년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은 3208억 원에 달한다.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드러나는 자본항목의 특징이다. 대규모 결손이 발생했지만 그동안 투자금이 이를 막아 주고 있다.

'오늘의집' 2018`2024 매출액 추이.

컬리 역시 2024년 변곡점을 만든다. ‘프리미엄 새벽배송’으로 주목받았던 컬리는 2024년 매출 2조 1956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목할 점은 영업손실을 –1,436억 원에서 –183억 원으로 줄이고, 당기순손실도 -1,969억 원에서 -406억 원으로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특히 판매관리비를 줄이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을 1212억원으로 흑자 전환시킨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특히 버킷플레이스와 달리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컬리는 더 나아가 회계상 결손금 문제를 해결했다.

컬리의 2024년 자본총계는 1002억 원이고, 이익잉여금 51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까지 2조2000억원에 달하면 누적 결손금은 자본잉여금 2조2000억원을 활용해 상계하면서, 2024년 말에는 이익잉여금을 +(플러스)로 전환시킨다. 덕분에 투자자의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컬리 2024년 연결 감사보고서. / DART

회사가 성장을 하고 이익이 개선된다 해도 여전히 결손금은 큰 걸림돌이다. 또한 회계상 결손금이 지속되면 기업은 배당은 물론 추가 투자 유치에도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인위적이지만 결손금을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정리가 아니라, 컬리가 그동안 번번히 실패한 상장(IPO)을 향한 바닥 다지는 절차다. 주목받던 스타트업 기업이 드디어 흑자를 내가 시작한다는 건 투자자들이 엑시트(exit)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시그널이다.

버킷플레이스와 컬리 둘 다 우선은 유동성 확보보다 재무적 신뢰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익 중심의 전환’과 ‘결손금 제거’라는 과정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숫자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 / 컬리

투자자들은 지분을 통해 기업의 리스크를 공유하지만, 결국 투자성과를 원한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배당을 통해 직접 현금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IPO를 통해 시장에서 지분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버킷플레이스와 컬리는 투자자를 위한 ‘배경 정리’를 준비 중인데 이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10주년을 지나 2개 회사 모두 매출액의 정체를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크냐’를 묻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재를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무차별적인 외형 성장보다는, 마케팅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이익 중심의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투자자가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숫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