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언론계는 기후위기를 어떻게 다룰까?

장슬기 기자 2024. 9.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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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국·UN 등 기후저널리즘 가이드라인…민주주의·인권처럼 다뤄야
언론인 재교육 중요성 강조…화석채굴 기업 거래 단절, 탄소 감량 선언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최근 국내 언론에서도 기후위기 문제점이나 심각성을 강조하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pixabay

가을을 상징하는 추석이지만 이번 추석연휴에는 16일 기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있다. 매년 이례적인 폭우와 폭염 등으로 온열질환자가 늘고 농작물 피해 등 기후위기 체감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후위기를 보도하는 언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에서 “언론은 기후위기가 제기하는 도전에 인류가 맞서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관련해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언론사나 관련 기관들이 기후위기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있다. 이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기후저널리즘의 원칙과 교육 방안'에 소개된 일부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2019년 '환경서약'을 발표한 뒤 조금씩 개정하고 있다. 해당 서약을 보면 가디언은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각 사업 영역에서 얼마나 배출하는지 파악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3분의 2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화석채굴 기업들과 사업적, 재정적 관계를 단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 영국 가디언 2023년 '환경 서약'.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가디언,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네이션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후저널리즘 분야 비영리 언론단체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는 전 세계 500여개 매체가 파트너사로 활동하는데 CCNow는 지난해 2월 '기후 저널리즘을 위한 모범 사례'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독자를 파악하라, 기후와 연결지어라, 기후는 모든 출입처와 연관된 이슈임을 명심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지역의 문제로 보도하라, 기후정의에 주목하라, 과학을 이해하되 현실적인 언어로 이야기하라, 문제의 원인뿐 아니라 솔루션을 포함해 맥락을 전달하라, 그린워싱에 주의하라, 활동가를 뉴스 메이커로 대우하라, 조작에 속지 마라, 기후 부정론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마라, 시각자료를 신중하게 선택하라, 스스로를 챙겨라 등 13가지 조항으로 구성했다.

프랑스 언론인들은 지난 2022년 9월 '생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을 발표했다. 해당 헌장은 프랑스 환경 전문 매채 '베르'와 환경 전문기자 안 소피 노벨 주도로 '르포르테르', '소샬떼', '프랑스TV 앵포' 등 매체와 전문가·시민사회가 만들었다. 이들은 해당 헌장에서 기후위기를 한정된 섹션에 가두지 말고 횡단적 방식으로 다루기, 대중에게 엄밀하게 검증된 지식을 제공하기,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사용된 어휘와 이미지를 확인하기, 환경·기후문제 대응 방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미 제시된 해법에 의문을 제기하기, 언론 스스로 저탄소 저널리즘 실천하기 등 13가지 선언을 담았다.

이후 유사한 헌장이 만들어졌다. 이듬해 2월, 프랑스 최대 지역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는 '생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을 만들었다. '우에스트 프랑스'는 기후위기 주제 관련 편집진 교육에 전념하고 있고 기후 회의론자 목소리는 아예 싣지 않기로 했다. 같은해 4월 르몽드도 '기후 및 환경 저널리즘 헌장'을 만들었다. 르몽드는 독자들에게 소비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언론인의 해외 출장을 줄이며 환경 문제 관련 모호한 광고를 거부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역일간지 '라 몽타뉴', '쉬드 우에스트' 도 비슷한 헌장을 발표했다.

70여개 매체와 파트너십을 맺은 프랑스 솔루션 저널리즘 연구 기관 '르포르테르 데스푸와'는 '기후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언론인을 위한 가이드'를 발표했다.

언론인 재교육 등을 통해 기후위기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신뢰할 만한 기후보도를 위해 기후전문가와 언론인으로 구성한 연합체 설치 등을 제안했다. 기후변화가 건강, 산업, 경제, 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 융합적 영역으로 간주하고 지역뉴스를 글로벌 기후변화와 연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집국 내에서 기후위기 관련 논조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예를 들어 사회면에서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자동차면에서는 이례적인 SUV 판매량으로 자동차 산업 부흥을 긍정 평가하는 기사가 나오는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 영국 가디언 등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적받는 화석채굴 기업과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pixabay

비판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르몽드의 질 반 코트는 “일반적으로 '산업주의자'와 '생태주의자'라는 두 거대 진영이 있는데 전자는 기업에서 해결책을 찾고 후자는 개인에게더 해결책을 찾는데 대체로 양쪽 모두 상대를 폄하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언론인을 이용한다”며 “우리는 두 가지 반대되는 도그마가 있음을 발견하는데 기자는 어느 한쪽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럽방송연맹(EBU)은 지난해 출간한 '지식과 영향력 사이에서 작동하는 기후 저널리즘'이란 가이드북에서 언론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어서 매일 새로운 사건이 있어야 보도하는 언론의 기존 문법에 들어맞지 않는다. 따라서 기후저널리즘, 기후 솔루션저널리즘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서 뉴스룸 차원의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미디어조직에서 기후변화 보도는 기후팀이나 과학 부서에서 제한적으로 다루는데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해 민주주의나 인권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UN의 기후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에서도 비슷한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청소년들을 참여시켜라”라고 권유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전 세계 청소년 기후운동은 행동을 유도하고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강조하면 청소년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고 기후행동에 이들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기후변화를 미래 세대만의 문제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며 “기후변화는 지금 당장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고문헌
기후저널리즘의 원칙과 교육 방안, 진민정·박진우·방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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