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이사 간다며 짐을 맡기길래.." 상자를 열고 알게 된 것

딸이 이사를 하면서 짐을 잠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상자 세 개가 현관에 놓였습니다.한 달만 두겠다던 상자가 계절이 바뀌도록 그대로 있었습니다. 정리하려다 뚜껑을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첫 상자에는 옷이 들어 있었습니다

겨울옷 몇 벌이 개어져 있었습니다. 그중에 낯익은 카디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십 년쯤 전에 입던 옷이었습니다. 버린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소매 끝이 해져 있었는데 그대로 두었습니다.

둘째 상자에는 서류와 수첩이 있었습니다

계약서와 통장 같은 것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낡은 수첩이 한 권 끼어 있었습니다. 딸이 대학 다닐 때 쓰던 가계부였습니다. 한 달 생활비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맨 뒷장에는 집에 보낼 돈이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셋째 상자는 열지 못했습니다

테이프가 꼼꼼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겉면에 사진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열어 보려다 손을 멈췄습니다. 딸이 직접 보여 줄 때까지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상자를 방 안쪽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저녁에 딸에게 전화를 걸어 짐은 천천히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딸은 미안하다는 말만 했습니다.다음에 오면 셋째 상자를 같이 열어 보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카디건 이야기도 물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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