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포드 7세대 머스탱 쿠페 시승기

포드 7세대 머스탱을 시승했다. 여전히 머스탱만의 자세와 디테일이 살아 있다. 인테리어는 디지털 콕핏을 채용했지만 아날로그 감각에 더해진 느낌이다. 클래식 스포츠카, 아메리칸 머슬카, 포니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낸 황금 시대의 모델이 21세기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운드와 가속감이 살아 있는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7세대 머스탱 쿠페 5.0GT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미국인의 드림카는 머스탱이다. 지금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통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의 힘은 존재한다. 특히 20세기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는 그들만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연식으로 구분할 정도로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다.

 

제임스 딘이 포르쉐 스파이더를 사랑하고 클라크 케이블과 소피아 로렌이 2인승 벤츠 오픈카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자동차광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역사다. 포드 머스탱을 튜닝한 1967년산 셸비 GT40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식스티 세컨즈'에서 시속 230㎞까지 달리다가 360도 회전하는 묘기를 보여주며 자동차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자동차광들이 스타가 되었는지, 스타들이 자동차광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이동 수단과 신분의 상징을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그런 영광의 시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전기차보다는 독창성이 강한 아날로그 감각의 모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인에게 있어 머스탱은 고유 명사로 쓰인다. 머스탱은 머슬(근육질의, 남성적인)카, 혹은 포니카라고 불린다. 풀사이즈/컴팩트카가 성인의 말이라면 그보다 작은 머스탱은 포니(어린 말)라는 의미다. 머스탱이라고 하는 포니카의 성공은 GM 그룹의 시보레 카마로와 폰티악 파이어버드, 크라이슬러의 바라쿠다 등이 등장하게 하는 데 이른다.

 

엄밀히 말해서 스포츠카의 범주에 들지만, 머슬카로 불리는 과격한 파워의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범위에도 들어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머스탱과 관련된 이야기 혹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미국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머스탱이 도대체 왜 그렇게 모터쇼의 무대 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자신의 애마는 머스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도 아무도 그에 대해 토를 달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미국의 자동차 문화이고 머스탱은 그만큼 미국의 문화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 그런 머스탱의 제1호 시작차는 유럽풍의 2인승 스포츠카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머스탱은 1964년, 리 아이아코카가 포드Ⅱ세 및 엔지니어들과 투쟁 끝에 탄생시킨 야생마였다. 결과는 대히트였고 이것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사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달성하기 어려운 13개월 만에 100만 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머스탱 성공의 기반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본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데뷔 당시 2,368달러였고, 10여 년 전만 해도 2만 달러 이하의 시작 가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3리터 에코부스트가 3만 3,515달러부터, 다크호스는 7만 565달러에 이른다.

 


 

21세기 진입을 전후해 머스탱의 판매가 가장 많았던 것은 2001년으로 북미 시장에서 17만 3,676대가 팔렸다. 하지만 2002년부터는 하락세를 보였고 2004년에는 13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5세대 모델이 등장한 2005년에는 다시 16만 대를 넘어섰으나 2006년 16만 6,530대를 정점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였고 2009년에는 6만 6,623대까지 떨어졌다. 미국 자동차 산업, 아니 미국 자동차 시장의 흥망성쇠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누계 판매대수가 3만 6,485대다. 미국 빅3의 존재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Exterior

 

포르쉐 911이 그렇듯이 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모델들은 스타일링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1세대 머스탱 고유의 DNA를 계승하고 있다. 지금은 그에 대해 찬반이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선이 굵은 스타일링은 그 프로포션과 어울려 그냥 머스탱이다. 앞 얼굴에서 LED 헤드라이트를 채용하고 있지만 그 모티브는 1960년대 머스탱이다.

 


 

측면에서는 슬릭한 루프라인과 짧아진 리어 오버행 등으로 1세대 머스탱과 같은 프로포션이다. 그것을 살려내는 것이 좁은 그린하우스와 그로테스크한 펜더 등의 디테일이다. 앞뒤 타이어 사이즈가 다른 것도 고성능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기법이다. 19인치 카본 알로이 휠 사이에 붉은색 브렘보제 브레이크 캘리퍼를 채용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뒤쪽에서는 가로로 넓어진 디자인과 함께 쿼드 머플러 팁이 새롭게 적용됐다.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머스탱임을 주장하는 디테일 중 하나다.

 

시승차는 쿠페이지만 여전히 컨버터블을 라인업하고 있다. 세단이 대부분 사라진 디트로이트 메이커의 북미 시장 라인업으로써는 의외다. 차체 크기는 전장만 약간 길어졌다.

 

Interior


 

인테리어는 12.4인치와 13.2인치 두 개의 곡면형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잡고 있다. 분명 디지털 콕핏이다. 그런데 느낌은 아날로그 대시보드에 디지털 창이 추가된 느낌이다. 그만큼 고전적인 버튼과 스위치가 많다는 것이다. 자동변속기이기는 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셀렉터 레버를 오른손으로 잡아 본다. D컷 타입의 스티어링 휠도 그런 느낌을 주는 데 일조한다.

 


 

그 디스플레이창은 디지털 감각으로 각종 기능을 표시하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들은 드라이브 모드 등 아날로그 감각의 주행 장비가 더 도드라진다. 스마트폰으로 익숙해진 사용자들의 디지털 감각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터치스크린인데 응답성은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

 


 

그래도 사용자가 접근하면 포니 엠블렘이 켜지는 포니 퍼들 램프를 비롯해 앰비언트 라이트, 머스탱 스플래시 화면 등 빛을 디자인 소구로 사용하는 시대적 트렌드는 따르고 있다. 12개의 고성능 스피커를 배치한 B&O(Bang & Olufsen) 사운드 시스템도 바이어스 포인트일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한다. 내비게이션은 이를 통해서 사용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는 무선 휴대폰 충전 패드가 있는 것도 당연하면서도 의외로 느껴진다.

 


 

4인승 모델이지만 리어 시트는 베이비 시트를 장착할 정도의 넓이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2.3리터 직렬 4기통 터

 

보차저 에코부스트와 5.0리터 V8 자연흡기가 두 가지. 그중 후자는 두 가지 출력 옵션이 있다. 시승차는 GTfh 최대출력 493마력, 최대토크 57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별도로 다크호스의 500마력이 있다. 듀얼 에어 인테이크 박스와 함께 동급 최초로 듀얼 스로틀 바디 디자인을 적용했다.

 

변속기는 GM과 공동 개발한 10단 AT로 2018년형 모델에서 처음 경험했던 것이다. 구동방식은 뒷바퀴 굴림 방식. 셀렉터 레버 뒤에 전자식 드리프트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도 바이어스 포인트다. 여전히 이런 기능을 즐기는 운전자가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레드존은 8,000rpm부터로 극단적으로 고회전형이다. 이 회전수를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7,500rpm을 넘으면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85km/h에서 3단, 12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처음부터 저돌적이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 시승했던 5.0GT에서 느꼈던 휠 스핀 현상은 없다.

 


 

공차중량이 1,835kg이기 때문에 출력 대비 중량은 3.72kg/ps로 과거 표현으로 하자면 몬스터급이다. 그런데 그 파워를 날카롭게 추출해 내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느낌이 다르다. 대배기량 엔진의 여유 동력이 주는 맛은 미국차답다. 2.3리터의 엔진이 터보차저로 끌어올리는 맛과도 뚜렷이 다르다.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은 사운드다.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V형 8기통 자연흡기 사운드가 오른발을 자극한다. 리모트 레브 기능을 사용하면 색다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게 클래식 스포츠카에서 필수 요소였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 사운드도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아메리칸 머슬카라는 성격이 이것을 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개념의 자동차만으로 국한하면 머스탱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물론 대배기량 고성능 내연기관차이기에 연비 성능은 좋지 않다. 효율성을 위한 10단 자동변속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2.3리터 에코부스트와는 달리 이 차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능한 최대의 파워를 추출하려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3리터 에코부스트에서는 스포츠 모드와 노멀 모드의 차이가 뚜렷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늘 시승하는 GT는 그 차이가 뚜렷하지는 않다. 아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 조용한 전기차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운드가 스포츠카의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럴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한편으로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서킷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인테그럴 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짧다. 미국차로서는 그렇다. 노면의 요철에 대해서는 대부분 흡수하고 지나간다. 롤링은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하지만 타이트하게 라인을 따라가는 타입은 아니다. 스포츠카라는 장르를 감안하면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이는 와인딩이 많지 않고 길게 뻗은 직선도로가 많은 미국이라는 환경이 만든 산물이다. 1초에 1,000회 작동하며 도로 조건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마그네라이드 댐핑 시스템(MagneRide Damping System)이 거동을 제어해 주지만 그런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

 


 

ADAS 장비도 코-파일럿 360 어시스트 플러스 등이 채용되어 있다. ACC를 ON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10초 후에 메시지가 뜨고 다시 5초 후에 붉은색으로 바뀐다. 그래도 잡지 않으면 해제되고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다시 활성화된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없다.

 

그냥 쉼 없이 등장하는 새 차를 시승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아날로그 감각의 머슬카는 뜬금없다. 세상이 바뀐다고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이렇게 바뀌어 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머스탱은 그런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내세울 수 있는 모델이다.

 

주요 제원 포드 7세대 머스탱 쿠페 5.0 GT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10×1,915×1,405mm  

휠베이스 : 2,720mm  

공차중량 : 1,835kg

 

엔진  

형식 : 5,038cc V8 자연흡기 가솔린  

최대출력 (마력/rpm) : 493/7,650  

최대토크 (kg·m/rpm) : 570/4,250  

연료탱크 용량 : 59.8리터

 

트랜스미션  

형식 : 10단 셀렉트시프트 A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인테그럴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타이어 : 앞 255/40 R19 / 275/40 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 방식

 

성능  

복합연비 : 7.2km/L (도심 6.1 / 고속도로 9.2)  

CO2 배출량 : 238g/km

 

시판 가격  

쿠페 : 7,990만 원  

컨버터블 : 8,600만 원

 

(작성일자 2024년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