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땀 냄새 아직 코끝에" 5.18 성폭력 피해 첫 공개 증언

신진 기자 2024. 9. 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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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서 첫 실명 증언
'국가 폭력' 인정됐지만 배상 기준 모호

광주 5ㆍ18 성폭력 피해 할머니들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국회도서관 강당에 들어섰습니다. 오늘(30일) 열린 '5ㆍ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용기와 응답'에 참석한 13명입니다. 피해자들이 수백명 앞에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 이 뉴스]에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얼굴 공개한 첫 증언대회...44년 만의 증언에 '울음 바다'



최경숙 할머니는 네 살 쌍둥이 형제의 엄마였습니다.

운전을 잘해 지입차 일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1980년 5월 19일, 계엄군이 최 할머니의 차를 불러 세웠습니다.

[최경숙/5ㆍ18 성폭력 피해자 : 너 못 간다고, 차 받치라고(세우라고). 차 불을 질러버린다고 그래서...]

우악스럽게 차에 오른 군인들은 때리고 강간했습니다.

[최경숙/5ㆍ18 성폭력 피해자 : 제가 그때 당시 임신 3개월이었어요. 하혈을 너무 많이 하고, 배가 왜 이렇게 아픈고......]

뱃속 아이를 잃고 평생의 트라우마를 얻었습니다.

[최경숙/5ㆍ18 성폭력 피해자 : 아줌마, 아기가 유산됐으니까, 그렇게 아시라고. 어떻게 하실 거냐고 그래서, 그래서….]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어지러웠고, 냄새를 못 견뎌 10년 약을 먹어도 안 나았습니다.

[최경숙/5ㆍ18 성폭력 피해자 : 아저씨들 술 냄새, 땀 냄새, 입 냄새, 그 냄새조차. 지금까지 냄새를 맡으면 토를 합니다.]

5.18 성폭력 피해자 13명이 오늘(30일)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숨겨온 이야기를 국회 도서관 강당에 모인 수백 명 앞에서 증언했습니다.

[김선옥/5ㆍ18 성폭력 피해자 : '여자 대빵을 잡아 온다'라고 다 구경나왔습니다. 나는 그때 인권이라는 건 완전히 잃고….]

[최미자/5ㆍ18 성폭력 피해자 : 제 상처 보실래요. 오른쪽 다리에 폭 파인 자리 있죠.]

무섭고 두려워도 나선 이유가 있습니다.

[김선옥/5ㆍ18 성폭력 피해자 : 저는 지금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가 쏘아 올린 공은 영원히 묻히지 않고 이 자리에 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김복희/5ㆍ18 성폭력 피해자 :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용기를 참 내어 봤습니다.]

아직 사과도 못 받았고 제대로 된 배상 기준도 없습니다.

44년 만의 증언, 할머니들은 "여기 못 나온 피해자들도 우리를 보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철원
영상편집 : 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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