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저널] 두 개의 심장이 만드는 혁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발전과 미래
전기자동차 대세론이 최근 전기차의 이른바 캐즘현상(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주춤하면서 그 틈새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채워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 수입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5만 9522대로, 가솔린 차량 판매량(3만1987대) 을 웃돌고 있으며,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에도 최근 현대 또는 기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구매 시 대기기간이 약 6개월에 이를 정도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전기자동차의 높은 배터리 가격, 겨울철 주행거리 저하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된 배터리 화재 등의 문제로 전기자동차가 초기 시장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201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최근 다시 재도약하고 있다. 물론,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캐즘 현상은 일시적이고 전기차가 기술 성숙화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전기차 기술이 고도화되기까지, 당분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많은 점유율을 차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보다 진보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두 개의 심장 :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사용하여 차량을 구동하는 자동차로 두가지 동력원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의 경우, 엔진의 효율이 차량의 연비와 직결되어 차량의 연비성능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하여 도심주행에서 회생제동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고, 모터를 적절히 사용 엔진의 운전점을 조정하여 엔진 효율도 향상시키면서, 차량 시스템 전체의 연비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가속시에는 모터를 이용하여 동적성능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997년 도요타에서 출시한 프리우스(Prius)가 시초로, 당시에는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 인프라 문제나, 배터리 기술이 성숙화 되지 못하였으므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90만 대 이상 판매된, 테슬라의 전기차를 제치고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친환경 차량 모델이다. 즉, 프리우스는 그 이름의 의미 그대로(Prius는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 전통적인 엔진 기반의 자동차 시대 이후에, 오늘날의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시대를 열어왔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파워트레인 구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력분기형 하이브리드, 병렬형 하이브리드, 직렬형 하이브리드 등으로 나누어진다. 동력분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예로 도요타 프리우스를 들 수 있다. 프리우스는 Toyota Hybrid System(THS)이라고 불리우는 유성기어를 사용한 동력분기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동력분기형 하이브리드는 유성기어와 엔진, 두개의 모터를 이용하여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며, 유성기어를 통해 엔진의 운전점을 적절히 조정 수 있으므로, e-CVT(electric-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스템을 개발한다. 바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 기반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는 그대로 둔 채, 모터를 엔진과 변속기 사이의 파워트레인에 추가한 차량으로, 클러치를 통해 동력전달 경로를 연결 또는 해제하며 전기모드 주행, 엔진모드, 하이브리드 모드 주행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즉, 주행상황에 따라 차량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드를 변경해가며 차량의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 직렬형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이 구동 축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구조로, 전기모터를 이용하여 차량을 구동하며,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때 엔진과 제네레이터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여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에 엔진을 달아 주행거리를 확장한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는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러한 시리즈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외에 클러치와 단일 감속기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차량 파워트레인을 구성한 멀티 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조의 한 종류이다.
오늘날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조는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요타는 THS I에서 THS II, 그리고 동력분기장치의 구조 변경을 통한 HSD(Hybrid Synergy Drive) 구조로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보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처럼 병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 기존 병렬형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모터 위치를 변경한 TMED II, 그리고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고유의 시스템을 적용한 EREV 차량 개발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 향상, 전기자동차와의 경쟁, 차량 시스템의 경제성과 차량 생산 프로세스의 효율화 등 다양한 이유로, 보다 진보한 새로운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조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어 : 에너지 관리 전략
이러한 하이브리드 구조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어떻게 제어할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과 모터 두개의 구동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또는 전기자동차보다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 성능은, 차량이 주행 시에 구동에 필요한 동력을 엔진과 모터에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에 대한 동력분배 제어전략, 즉 에너지 관리 전략(Energy Management Strategy)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제어 전략은 특히 동일한 차량 하드웨어 성능을 가진 경우에도 차량의 제어로직에 성능에 따라 차량의 연비 성능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제어 유닛(Hybrid Control Unit) 제어기가 수행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에너지 관리 전략은 주어진 주행사이클 속도 프로파일에서 동력을 어떻게 분배하였을 때 차량의 연료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최적제어 문제(Optimal Control Problem)로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다이나믹 프로그램(Dynamic Programming)과 같은 최적제어 기법을 적용하여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상적인 연비 성능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은 벨만 방정식(Bellman Equations)이라는 재귀적인 수식을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어진 주행 사이클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연비성능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 등가 연료소모량 최소화 전략(Equivalent Consumption Minimization Strategy, ECMS)을 들 수 있다. ECMS 방법은 내연기관의 화석연료 소모량과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 소모량을 등가로 환산하여 비교하고, 이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엔진과 모터에 동력을 분배하는 전략으로, 매우 직관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ECMS 전략의 이론적 배경은 역시 최적제어 이론인 폰트랴긴 최소원리(Pontryagin’s Minimum Principle)로 해석이 가능함이 연구된 바 있다. 실제 자동차 제작사에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에너지 관리를 위해 차량의 속도, 배터리 충전정도, 요구 파워량 등 주행상황에 따라 동력을 분배하도록 규칙을 정해 놓고 이에 따라 엔진과 모터에 동력을 분배하는 규칙기반(Rule-based) 제어로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최적 제어 이론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성능을 개선하고자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다 최근에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에너지 관리 전략에 기계학습의 방법 중 하나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적용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운전자의 운전습관 등 다양한 주행 패턴과, 더욱 복잡해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파워트레인 구조를 고려할 때, 여러가지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관리 전략의 확률적 최적화가 가능한 강화학습은 차량제어에 기계학습의 기법이 잘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이외에, 모델기반 예측제어(Model Predictive Control) 등을 적용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실시간 차량 제어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 제어 기반의 에너지 관리 전략에 대한 연구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렇다면,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일리노이의 국립연구소인 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는 2018년 미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성능을 차량 시뮬레이션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한 바있다. 엔진, 모터 및 배터리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하드웨어 발전과, 제어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등 을 반영한 미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 성능 전망치이다. 이에 따르면,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45년 평균 약 35km/l, 이상적으로는 최대 약 49km/l에 이르는 매우 높은 연비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는 예상치로, 도달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해당 전망치는 2024년 현재까지 출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 현대자동차의 2022 아이오닉 블루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59 MPG(24.7km/l)의 연비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어느정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전망치는, 오히려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기술에 의해 도태되기 보다, 전기자동차의 기술발전을 지렛대 삼아,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발전을 거듭해온 엔진 기술을 토대로 거듭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를 이종의, 혼합의 라는 ‘Hybrid’의 의미대로, 미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보다 더욱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두 개의 심장이 만드는 혁신, 각 시스템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더욱 발전해 나갈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발전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글 / 이희윤 (단국대학교)
출처 / 오토저널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