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에서 기안84가 손님들과 함께 맨손으로 카레를 먹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더듬이처럼 교감하는 느낌”이라며 손을 접시 삼아 음식을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즐겼다.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 식사법은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에서는 식기보다 자신의 손이 더 위생적이라고 여기며, 식전 손 씻기를 식사의 일부로 간주한다.
밥 대신 바나나 잎을 접시 삼아 카레와 밥을 손으로 비비며 먹는 풍습은 그 문화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문화적 배경 외에도 손으로 먹는 식사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손으로 먹으면 섭취 속도가 느려져 과식을 막고, 뇌가 음식을 더 실감 나게 인식해 포만감을 빠르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는 손의 촉각 자극이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전통의학에서는 손을 통한 식사를 감각을 통한 음식 조절 행위로 본다.

그러나 깨끗해 보이는 손에도 세균과 이물질이 가득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에는 3000여 종의 다양한 세균이 존재할 수 있고,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균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식중독, 폐렴, 방광염, 감기, 기관지염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특히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감염과 화농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제대로 씻지 않은 손으로 식사하면 식중독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맨손 식사 전 반드시 손을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손등·손가락 사이·손톱 밑까지 꼼꼼히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기안84가 강조한 ‘손으로 음식을 나누는 경험’은 특별하지만, 건강한 기억으로 남으려면 ‘청결’이 선행돼야 한다.
인도 국립보건원(NIH)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내 식중독 집단감염 상당수가 손 위생 부주의와 관련돼 있다. 맨손 식사 자체보다는 세균 오염된 손 상태에서의 식사가 문제다.
2018년 국제 감염병 학술지 연구는 인도 농촌 지역 맨손 식사와 소아 설사 유병률이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밝혔고, 손 씻기 습관이 정착된 가정에서는 감염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2020년 공동 보고서 역시 “손으로 식사하는 문화 자체는 위생 문제가 아니다. 단, ‘청결한 손’이라는 전제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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