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크로마틱 마젠타 색상의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보고 한 행인이 던진 질문이다. 21대 한정 판매된 이 특별한 랭글러는 출발부터 주목을 받았다.
도심의 아스팔트를 가르며 강원도로 향하는 길. 17인치 휠에 감긴 BF굿리치 올터레인 타이어가 도로와 맞닿을 때마다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어느 지형도 주파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로 향하는 길, 크로마틱 마젠타 색상의 차체가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마치 해질녘 바닷가의 윤슬을 보는 듯한 모습이다. 이 특별한 차는 복잡한 도심 도로, 구불구불한 산길,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까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여러 매력을 보여줬다.
투스카데로 에디션의 깊고 강렬한 크로마틱 마젠타 색은 아이러니하게도 군용차에서 따왔다고 한다. 채도가 높은 진한 핑크색은 새벽이나 황혼 시간대에 잘 보이지 않아 사막에서 효과적인 위장색으로 활용됐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한 부대가 군용차를 온통 핑크색으로 도색하고 활약한 바도 있다. 지프라는 브랜드 자체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군용차 '윌리스 MB'를 기반으로 탄생한 만큼 의미가 있는 색상 선정이기도 하다.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과의 여정은 서울의 복잡한 도심에서 시작되었다. 출발부터 이 특별한 차량은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랭글러만의 독보적인 오프로더 체형과 어우러지는 크로마틱 마젠타 색상은 도시의 회색 빌딩 숲에서 더욱 돋보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끌어모았다.
특히, 한층 크고 얇아진 지프의 상징 '세븐 슬롯 그릴'과 새롭게 더해진 원형 주간주행등, 범퍼 양 끝에 더해진 LED 안개등까지 한층 도심에 어울리는 얼굴로 거듭났다.
하지만 얼굴이 아닌 몸을 바라보면 여전히 강인한 오프로더 그 자체다. 각진 차체와 휠 아치 몰딩은 지프 특유의 강인함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이 한층 세련되었다. 17인치 휠과 BF굿리치 올터레인 타이어는 어느 지형도 달릴 수 있음을 어필하고, 투스카데로 에디션만의 크로마틱 마젠타 색상은 단순히 독특한 색상을 넘어, 빛의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차량의 존재감을 극대화한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랭글러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272마력의 힘은 고속 주행에서도 여유로웠다. 예전에 탑재되던 3.6리터 V6 펜타스타 엔진 생각이 그립지 않을 정도다.
고속도로에서 올 터레인 타이어는 다소 시끄럽고 진동을 일으키긴 했지만, 주행 안정감과 심리적 안정감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특히, 전날 전국에 유례없는 많은 양의 첫눈이 내린 터라 자연스레 타이어에 의지했다. 여의치 않은 도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달리는 모습은 이 차가 단순히 오프로드만 잘 달리는 차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춘천쯤 지나자 괜히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다. 도로는 아직 젖어있지만, 이 차는 '랭글러' 아닌가. 곧바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산길로 찾아갔다. 산길에서 랭글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셀렉 트랙 풀타인 4WD 시스템이 추운 산길에서도 차를 자신감 있게 밀어냈고, 전자식 전복 방지 시스템을 포함한 전자식 주행 안정 시스템은 존재감을 숨긴 채 열심히 도왔다.
어느덧 바닷가에 이르렀고, 해안도로에서 랭글러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레버 몇 개만 당기면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하드탑을 벗어던지니 바다의 시원한 바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랭글러가 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자유와 모험의 상징인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속초까지 먼 길을 달리니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느 이름 모를 항구에 차를 대고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다. 2열 시트를 접으니 키가 183cm인 성인 남성도 충분히 누워있을 만한 공간이 나온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맨몸으로 간이 차박(?)에 나섰지만, 의외로 누워있을 만했다. 바닥이 완전히 평평해지지 않는데도 아슬아슬하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덮고 2시간가량을 아무도 모르게 잠들었다.
이번 시승 기간 내내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다. 도심에서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고속도로에서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그리고 산길에서는 의외의 주파 능력을 보여줬다. 비포장 도로가 아니더라도 랭글러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투스카데로 에디션이 단순히 '색깔 놀이' 한정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색은 지프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대변하는 의미를 담았고, '단 21대'라는 희소성 덕분에 소유한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도 더해진다. 지프가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의 로망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