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자동차 실내에 있는 모든 버튼과 스위치들을 집어삼킬 것 같았던 터치스크린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카일수록 오히려 물리 버튼의 개수를 더 늘이고 있다.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주제지만, 그럼에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편의와 안전 때문이다. 그렇다. 이번에 함께 이야기할 주제는 또 디스플레이다. 누군가는 반박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 트렌드를 선도한 건 테슬라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의 버튼을 없애는데 집착했고, 결국 선택한 방법이 센터페시아 가운데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굉장히 낯선 이 방법이 조만간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지적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테슬라의 터치스크린 사용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혁신적이라며 그들의 결과물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수의 전통 브랜드들도 조금 수정된 테슬라의 방식을 따라갔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매립했던 손바닥 크기의 디스플레이는 그렇게 대시보드 위 혹은 대시보드 전체를 덮을 만큼 커졌고, 커진 만큼 무수히 많은 버튼들을 집어삼켰다. 말 그대로 통합 컨트롤러이자 디스플레이가 된 셈이다.

그렇게 수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이 방식이 시대의 흐름이자 올바른 선택이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고객 경험 설계 관점에서 보자면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디스플레이 하나로 조작한다는 것은 잘못된 설계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할 때 하나의 디스플레이 안에서 모든 조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을 하든 우리의 시선이 디바이스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도로를 향해 있어야 하며, 우리의 손이 주로 움직여야 하는 곳은 스티어링 휠 위이지 디스플레이 위가 아니다. 비록 거실과 사무실을 포함한 우리의 일상 대부분에서 디스플레이가 시선이 향하는 주체라고는 하나, 적어도 자동차에서는 3순위 정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내비게이션은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미 HUD가 있고, 음성으로도 안내를 해주니, 내비게이션 조건에서도 디스플레이는 다음 동선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게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다.

시선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운전 중에는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가장 자주 조작하는 기능은 역시나 공조 기능인데, 최근 열선, 통풍 같은 기능들이 보편화되면서 조작해야 할 범위는 더 넓어졌다. 물론 오토로 설정하면 거의 손댈 일이 없다고는 하나 오토 에어컨을 충실히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음성 인식으로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지만, 그럼에도 말보다는 손이 빠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지금이 아니라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미래를 미리 체험하는 디바이스라고 말이다. 이 부분에서도 경험 설계 측면에서의 반박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이라고 해도 결국 자동차는 이동하는 과정에 수많은 진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말은 디스플레이는 고정되어 있지만 실은 끊임없이 떨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기능이 많아질수록 터치할 수 있는 영역은 더 작아지므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고정된 디스플레이를 터치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은 감성적 교감이 적다는 점이다. 물론 이 측면은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어떤 이들은 화려한 그래픽이 더 낫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들은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눌러 조작하는 촉각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모터가 주는 햅틱 피드백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최근 하이엔드 카일수록 디스플레이 사이즈를 줄이고 있다. 만약 디스플레이를 남겨둔다고 하더라도 물리버튼을 일부러 남겨둔다. 아이폰을 디자인했던 (물론 최근 페라리 사건으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조나선 아이브는 대형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옳았지만 자동차에서는 틀렸다며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같은 이유로 페라리 루체의 인테리어에 터치스크린과 함께 촉각 경험이 가능한 다양한 물리 버튼을 남겨두었다.

이 외에도 다수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조금씩 치우고 있거나 혹은 더 많은 물리 버튼을 심고 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폭스바겐도 터치 감응식 버튼들을 다시 물리 버튼으로 교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연구 결과가 이들의 회귀에 근거가 되고 있다. 연구의 결과는 뻔하다. 터치스크린이 물리버튼보다 직관적이지 못하며 운전 중 스마트폰을 하는 것만큼이나 주의력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터치스크린과 물리 버튼의 비율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로 Ncap은 제어 장치의 배치와 조작 명확성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안전 필수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만 조작하는 것을 금지할 예정이다.

물론 언젠가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의 시대가 되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리 버튼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기에 터치스크린만큼 좋은 디바이스도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우리의 미래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토뷰 | 뉴스팀 (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