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제주, 다시 들썩들썩"…바가지로 떠났던 ‘이 나라’ 사람들 때문에 잭팟

유커 매년 300만명 오던 제주

사드·코로나로 급감됐다 회복

국제선 항공기·크루즈선 증편

중국 현지에서 제주 관광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유커(游客·중국 단체 관광객)가 돌아오며 제주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0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2만2713명(잠정)으로 전년 동기(7만13명)보다 503%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올해 3월 말까지 중국인은 29만2598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2709명)보다 무려 1만701% 급증했습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6년 만에 허용했고, 올해 들어서는 제주와 중국을 잇는 국제선 항공기·크루즈선이 연이어 증편되면서입니다. 국제선 운항이 재개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70만9350명으로 상승 곡선을 보였지만, 이 중 중국인 비율은 57%(41만535명)에 그쳤습니다. 단체관광을 재개했지만, 중국 내 경기 침체로 모객이 힘들어서입니다.

사드 반발 7년만...외국인 하루 1만 명 넘어

그러나 올해엔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외국인 관광객 1만787명이 방문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전인 2017년 2월13일(1만912명) 이후 처음으로 1만명대를 돌파한 것입니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도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관광업계는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를 기점으로 유커가 제주로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0월26일까지 운영되는 제주 직항 항공기 국제선 19개 가운데 16개가 중국 노선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난징 △닝보 △다롄 △베이징 다싱 △베이징 서우두 △상하이 푸둥 △선양 △정저우 △창사 △창춘 △하얼빈 △톈진 △항저우 △시안 △푸저우 △홍콩 등입니다.

아울러 중국 강서항공이 제주와 난창을 오가는 전세기를 16일부터 주 2회 운항을 확정하고 발권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중국 내륙 강서성의 성도인 난창시는 자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제조업 회사들의 본사 소재집니다. 전세기 운항의 경우 여행사가 관광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내륙에서의 제주 관광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로 분석됩니다. 이 밖에도 중국 시안과 선전도 각각 이달 말, 다음달 초에 정기편이 운항될 예정입니다.

크루즈선의 경우 올 한해 21개 선사의 국제 크루즈 31척이 제주항과 서귀포항에 각각 146항차, 167항차 기항합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중국 경제도시인 산둥성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양 지역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오영훈 제주지사 등 제주 방문단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산둥성 내 대도시인 지난·타이안·칭다오 3곳을 찾았습니다. 방문단은 현지 관계자를 만나 양 지역 간 관광교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산둥성 직항 노선 운항 재개 및 크루즈 노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와 체류 기간 및 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돌아온 中 유커 "제주도=바가지" 한국인 외면… 이대론 유커도 떠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游客)의 귀환에 제주 관광 시장이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해외여행 대체재로 제주도를 찾던 한국인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고물가를 이유로 일본이나 동남아를 찾고 있어서입니다.

전문가들은 바가지 논란으로 말미암은 제주도에 대한 인식 악화를 제주 관광업계가 자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주도 관광의 질이 나빠지면 결국 해외 관광객 유입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유커들의 여행 패턴이 면세 쇼핑 등에 치중됐던 과거와 달리 맛집 탐방 등 현지 체험으로 변화해 이들도 현지 물가에 더 민감해졌습니다.

제주 관광업계는 코로나19 기간 국내 여행객들이 늘어 특수를 누렸습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1381만1068명으로, 현지 관광이 본격화된 1962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호텔 등 숙박업소부터 렌터카, 식당, 골프장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폭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제주 관광업계는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사실상 해제하며 약 7년 만에 재개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침체를 타개해 줄 것이라 희망합니다. 내국인 매출 감소를 유커 유입으로 메꾸겠다는 포부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주도의 높은 물가가 유커 등 해외여행객 유입에도 장애물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항공료와 숙박 가격이 오른 상태라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일본이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등과 비교해 유커들에게도 제주 관광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中 유커 만족도도 떨어져… 싸구려 관광 한계

유커들의 관광 패턴이 현지화된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최근 여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여행 주도층으로 부상한 MZ(밀레니얼+Z세대) 유커들은 소셜미디어(SNS) 등 발달로 면세점 쇼핑이나 명소 탐방 위주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맛집 탐방이나 현지인 핫 플레이스(명소) 등 현지 체험을 더 선호합니다. 단체 관광객들도 패키지 코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흩어져 택시를 타고 개별 관광을 하는 식입니다. 현지 고물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여행업계 종사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 패키지로 와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함덕 해수욕장과 월정리나 애월 등 이른바 핫 플레이스를 개별적으로 찾아가 관광한다고 한다"면서 "한국인들도 비싼 물가에 놀라는 곳인데 유커들도 이곳을 찾았다가 터무니없이 비싼 물가에 놀라 가이드들에게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관광이 외면받는 것은 관광 콘텐츠가 취약하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제외하면, 볼 것이나 체험할 것이 없어 재방문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주도에는 여행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찾을만한 대형 쇼핑몰이 없고, 문화·예술 관련 시설도 부족합니다.

전문가 ”제주 관광업계 자성하고 관광 질 높여야”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제주도가 내국인에게 바가지 관광지라는 인식이 박혔는데 이를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자성해야한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겸허하게 분석하고, 제주 관광의 개선을 위해 어떤 혁신을 해야 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분명히 많이 찾겠지만, 사드 이전에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왔을 때 덤핑 관광과 치안 문제 등 발생했던 문제들이 있다. 이런 걸 분석하고 연구해서 어떤 식으로 유커들을 이끌어 오는 것이 제주 관광에 도움이 될지 연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