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새 이름 ‘성평등가족부’… 양성평등·성평등 명칭의 역사는
장관 자리가 16개월째 비는 등 위기를 겪은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여성부’로 시작해 ‘여성가족부’를 거쳐 ‘성평등가족부’로 변모하기까지, 출범 이래 끊임없이 존폐 위기를 겪은 젠더 정책 컨트롤타워의 다사다난했던 역사를 짚어봤다.

■ ‘여성부’에서 출발해 ‘성평등가족부’로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여성특별위원회가 2001년 ‘여성부’로 승격했다. 여성부는 당시 복지부와 노동부로부터 젠더와 관련한 업무를 이관받고, 법률안 발의권과 국무회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명칭이 변경된 건 2006년 노무현 정부 시기다. 젠더 정책뿐만 아니라 가족·보육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로 개편되면서, 여성계 일부에선 여성부에 가족 관련 정책을 맡기는 것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동시에 여성부의 예산과 인원을 확충해 부서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도 있었다.
당선인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여성가족부를 다시 여성부로 되돌렸다. 가족·청소년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맡게 됐는데, 부처의 업무가 크게 가중되자 2년 만인 2010년 여성부를 다시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후보자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물러난 뒤 장관을 16개월 동안 임명하지 않는 등 여성가족부의 존재감을 축소시켰다. 20대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나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난 1일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로 다시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 성평등·양성평등, 젠더 이퀄리티의 두 이름
그동안 법령과 공공기관의 정책 명칭에서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성평등과 양성평등이라는 용어가 혼용됐다. 양성(兩性)평등은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 두 개의 성별 간 평등을 강조했다면, 성(性)평등은 다양한 성을 평등하게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용어를 두고 대립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전면 개정하는 과정에서 법령의 새로운 명칭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정할지, ‘성평등기본법’으로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 사회가 성적 지향성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명은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지난 2017년 여성가족부가 ‘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22)’의 명칭을 ‘성평등 기본계획’으로 바꾸려다 종교계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번 부처 개편에서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을 명칭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해 차별을 완화하고 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권영 여가부 정책기획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성차별을 완화하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기존의 여가부 명칭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며 “성평등이란 중립적인 용어 사용을 통해 성별 간 차별과 기회 불균형을 완화하고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로 부처 명칭이 바뀌면서 양성평등과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둘러싼 성적 지향성, 성별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젠더 정책에 추진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정미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는 “그동안 양성평등과 성평등이라는 용어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젠더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부처 개편이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오해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에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선아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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