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vs 43, 손에 땀을 쥐게 한 한중 에이스 대결..장비도 못 받았는데 우승?

44대43, 단 한끗차 짜릿승…여자에페, 중국 꺾고 아시아선수권 정상

대한민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4일(한국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44대43, 단 1점 차로 따라잡으며 정상에 올랐다.

송세라, 이혜인, 임태희가 나선 이번 결승은 마지막 바우트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같은 날 남자 플뢰레 단체전도 동메달을 추가하며 한국은 단체전 전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기간 한국 선수단은 평소와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 벌어진 시위로 핸드볼경기장 내 입주 체육단체들의 출입이 한동안 봉쇄됐고, 그 영향으로 펜싱 칼과 펜싱화, 재킷 등 장비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한국 펜싱은 대회 첫날부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올림픽 2관왕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로 첫 스타트를 끊었고, 단체전에서도 후배들과 함께 정상에 올라 개인 2관왕을 달성했다.

이후 여자 사브르,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이 이어지며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기록했다. 종합 성적은 일본(금6 은5 동4)에 이어 2위였지만, 단체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개인전에서 금메달 4개를 가져갔지만 단체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기세에 밀려 남녀 플뢰레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는 데 머물렀다. 현장에서는 대한펜싱협회 최신원 회장이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직접 자리를 지키며 선수단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펜싱은 단체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종목 전체에서 강세를 보였다. 남자 사브르에 이어 여자 사브르, 여자 에페 단체전까지 정상에 오르며 단체전만 놓고 보면 이번 대회 최강 전력임을 입증한 셈이다. 보통 펜싱은 개인 기량이 두드러지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단체전 성적이 더 두드러지며 한국 펜싱의 또 다른 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은 시작부터 치열했다. 1바우트에서 임태희가 유시한에게 1-3으로 밀리며 중국에 먼저 점수를 내줬다.

2바우트에서는 송세라가 탕준야오를 6-4로 따라붙으며 스코어를 7-7로 만들었다. 3바우트에서 이혜인이 양징웬과 3-3으로 비긴 데 이어, 4바우트에서 임태희가 탕준야오를 10-7로 제압하면서 한국은 20-17로 처음 앞서나갔다.

이후에도 승부는 출렁였다. 5바우트에서 이혜인이 유시한에게 1-6으로 밀려 21-23으로 다시 뒤집혔으나, 6바우트에서 송세라가 양징웬을 4-2로 꺾으며 25-25 동점을 만들었다.

7바우트에서는 이혜인이 탕준야오를 10-8로 제압해 35-33으로 두 점 차 우위를 잡았다. 8바우트에서 임태희가 양징웬과 3-3으로 비기며 38-36 상태로 마지막 9바우트, 송세라와 유시한의 맞대결로 승부가 넘어갔다.

마지막 바우트에서 송세라는 유시한의 집요한 추격을 끝까지 뿌리치며 44-4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중 양국 에이스 간의 칼끝 싸움에서 단 1점 차로 승부가 갈린 결과였다.

이번 우승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체전이라는 종목 특성이 만들어낸 결과 그 자체다. 8차례 바우트를 거치며 점수가 세 차례나 뒤집힌 흐름은, 개인 한 명의 기량보다 세 선수가 번갈아 나서며 만들어내는 팀 전체의 호흡이 승부를 갈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송세라가 마지막 바우트에서 흔들리지 않고 점수를 지켜낸 장면은 단순한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앞선 바우트에서 동료들이 쌓아온 흐름을 마지막에 매듭짓는 역할 분담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단체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는 결과는, 개인전 성적만으로 한 나라의 펜싱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장비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외부 변수로 정상적인 준비가 어려웠던 여건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선수단의 적응력과 협회 차원의 현장 지원이 일정 부분 공백을 메웠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배경은 단순히 '잘했다'는 평가를 넘어, 한국 펜싱이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7월 홍콩 세계선수권과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단체전에서 보여준 경쟁력이 앞으로 이어지는 국제대회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중국과의 맞대결이 갖는 무게도 가볍지 않다. 에페 종목에서 중국은 꾸준히 한국의 경쟁 상대로 거론돼 온 팀이며, 이번처럼 점수가 세 번이나 뒤집히는 접전 끝에 거둔 승리는 두 나라의 전력 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앞으로 열릴 국제대회에서도 한중 에페 맞대결은 비슷한 양상의 박빙 승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비 지원 차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여자 에페가 만들어낸 1점 차 승리는 단체전 경기력의 깊이를 보여줬다. 다가올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런 팀워크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 칼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이번 결승전이,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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